이처럼 애지중지 여겨온 족보지만 엄청난 분량과 한자의 어려움 등으로 요즘 세대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돼 버렸다.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족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계도로 제작, 보급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찾아 나섰다. 화제의 주인공은 ‘나주김씨 선원 가계도’를 제작해 종친들에 전하고 있는 김성진(48·충남도청 정보화담당관실 근무)·김우영(49·중구청 문화공보과 근무)씨. 이들이 가계도를 만들게된 이야기 속으로 따라가본다.
집안 뿌리 쉽게 알고싶어 제작 시작
시조부터 현세대까지 일목요연 정리
아이들 교육. 종친 친목 도모 효과도
족보라 하면 두꺼운 책과 어려운 한자들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내가 어느 대 몇 대손인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겠지만 자세히 우리 선조가 어떤 분이셨는지는 알기 어려운 게 현실.
김성진씨가 처음 가계도를 만들게 된 이유도 뿌리에 대해 좀 더 쉽게 알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김성진씨는 “아버지가 종중일을 맡아 보시면서 우리 직계 가족들의 가계도를 글씨로 써 두루마리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는 우리 세대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가계도를 보면 쉽게 우리 조상이 어떤 분들이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명절이나 제사 같이 가족들이 모였을 때 펼쳐놓고 이야기하면 뿌리에 대한 동질감으로 가족애도 더 돈독해질 수 있답니다.” 가계도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나주 김씨 선원 가계도’에는 신라시대 김알지로부터 시작된 김씨가 나주김씨로 나뉘는 시점, 나주김씨의 시조 김운발 등에서부터 현세대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때문에 내 직계 조상이 누구인지, 고조의 고조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선원’은 아름다운 구슬이라는 뜻으로 왕의 일가에게만 붙이는 명칭이란다. 김성진씨가 37대손, 김우영씨가 35대손이다.
김성진씨가 세로로 가계도를 풀었다면 김우영씨는 가로로 가계도를 풀었다.
김우영씨가 만든 가계도에는 선조들 가운데 큰 업적을 세웠던 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까지 곁들여져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우영씨는 “대전에만 100여명의 종친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나주김씨가 왕의 일가이며, 우리 아들 또한 그 후손이라는 것을 교육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우영씨는 “1년에 1~2차례 갖는 종친회 수련회에서도 가계도를 펼쳐놓고 우리 선조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에도, 종친회 친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계도 작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자 나열식으로 된 가계도에 그 조상의 묘의 위치와 사진 등을 첨부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후손들이 조상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김성진씨는 “일일이 답사를 다녀야하는 작업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요즘같은 디지털 세대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우영씨는 “봄, 가을 야유회 같은 때 조상의 유적지를 탐방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며 “아이들에게 우리 10대조 할아버지의 산소라고 설명하며 족보에 대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을 위한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같은 가계도 제작 소식은 다른 종친회에도 전해져 자신의 가계도를 찾아달라는 문의도 심심치 않게 받고 있다.
나주김씨 가계도가 종친회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기 때문에 김씨 일가에서뿐 아니라 다른 성씨 종친들도 자신만의 가계도를 갖고 싶어하고 있다.
김성진씨는 “출생지에 따라 할아버지와 돌림자, 항렬, 파 등을 추적하면 누구도 가계도를 작성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전문성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족보를 펼쳐놓고 한 대씩 거슬러 올라가면 가계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영씨는 “가계도는 나를 낳아준 뿌리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라며 “명절때만이라도 온 가족이 모여 우리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성진씨는 “최근 호적법이 바뀌면서 족보에 대한 의미가 퇴색돼가고 있기도 하지만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있는 법”이라며 “조상을 알아야 부끄럽지 않은 후손으로 남을 수 있으며,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가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설을 한주 앞두고 이들은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족보를 펼쳐놓고 우리 할아버지부터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하다”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할아버지에 별표, 또 그 아버지에 별표,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에 별표를 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우리집만의 가계도를 작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김성진(사진 오른쪽)씨와 김우영씨가 직접 제작한 ‘나주김씨 선원 가계도’를 펼쳐 보이며 가계도를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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