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을 찾은 한인숙(오른쪽), 한경숙씨 자매가 자신들의 성씨인 ‘청주한씨 조각비’ 앞에서 기쁜 표정으로 성씨유래를 읽고 있다. |
숨겨진 보물 찾은듯 반가움 가득
비문 읽으며 선조들 생각에 숙연
“어머 저게 뭐야? 우리 성씨 내력이 다 적혀있잖아.”
모처럼 포근한 날씨속에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11일. 대전시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이날 이곳을 찾은 한인숙(48·대전시 중구 문화동), 한경숙(44·대전시 서구 둔산동)씨 자매는 잘 가꾸어진 공원전경을 감상하다 성씨조각비 전시장의 어느 한 켠에 도착,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의 성씨내력이 적힌 ‘청주한씨(淸州 韓氏) 조각비’를 발견한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보석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두 자매는 마냥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순간 그녀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곧이어 조각비에 써있는 성씨 유래를 소리내어 읽는 두 사람.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일까.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가 조금은 떨렸다. 마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들의 뿌리를 다시 찾기라도 한 듯 환희에 찬 표정이다.
그러나 잠시후 밝게 웃던 두 사람은 숙연해졌다. 아마 가까운 조상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어릴적 집안 분위기를 더듬어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결혼 후 20여년간 묻어 두었던 자신의 뿌리에 대한 향수를 이곳에서 진하게 느꼈기 때문일 까. 성씨조각비를 보는 동안 두 자매의 얼굴엔 감회와 상념이 계속해 교차했다. “대전시내에 뿌리공원이 있다는 얘기만 듣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 동생과 함께 처음 와 봤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우리들의 성씨조각비를 발견하니 그 반가움을 뭐라 표현할 수 없네요.”언니인 인숙씨의 말이다.
동생 경숙씨도 한마디 한다. “우리 나이때만 해도 여자가 결혼하면 시댁 일에 파묻혀 자신의 성씨를 잊고 지내기가 쉽잖아요. 그런 상황에 이곳에서 나의 뿌리를 더듬어보게 되니 인생을 재발견한 기분이랍니다.” 두자매는 그러면서 친정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친정아버지께선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집안 화목을 무척 강조하셨어요. 집안내력도 꼼꼼히 따지셨던 분이었지요. 그런 아버지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봐서 인 지 저희들도 문중과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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