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보다 먼~ 친척 뿌리를 찾자!

이웃보다 먼~ 친척 뿌리를 찾자!

질부가 종숙모라는 호칭몰라 “저기요~”

  • 승인 2006-01-20 00:0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수학공식보다 어려운 촌수따지기
일주일 남은 설…먼지쌓인 족보 펼쳐볼까?





일주일여 남짓이면 설연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정이다 구정이다
해서 애써 구분지었는데, 그냥 하나의 설명절로 통합하고부터는 별로라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음력으로 새해의 첫 시작인만큼 설렘은 옛날 못지 않다.

설날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세배다. 그리고 모처럼만에 가족간 빙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빼놓을 수없는 설날의 정경이다. 더욱이 소담스런 하얀 눈꽃이라도 내릴라치면 그 정경은 마치 동화책 그림속으로 빠져들 듯 한보따리 추억을 쏟아낸다.

설날의 풍속도는 시골정경이 더 어울린다. 자주자주 고향을 다녀가는 이들도 이때쯤엔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

불쑥불쑥 커가는 아이들에겐 모처럼 만나는 친지들앞에서 누가 누군지 괜히 멋쩍기 일쑤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게 상책이 돼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도 보는 것이지만 어른이 나서서 상대방이 누구라고 설명하면 알아들어야 하는데 정작 그렇지 못할땐 어찌하랴.

‘숙부·숙모’와 ‘당숙·당숙모’는 알겠는데 ‘가매언니’는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지, 또 형수를 두고 사촌이면 ‘사촌형수’라고 지칭하면 될 것을 '종수'로 지칭할 땐 어떻게 달라지는 건지 참으로 아리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이는 다행이다. 당숙을 아저씨라 부르고 심지어 결혼한지 몇 년이 지나도록 질부가 종숙모라는 호칭을 몰라서 ‘저기요…’라고 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는 비단 나이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촌수에 대해 별 관심을 갖고있지 않은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실 요즘처럼 핵가족시대에서 젊은 세대들이 ‘이웃’보다 먼 친척들의 촌수를 따지기란 수학공식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생소한 호칭을 외우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한번 스치듯 만나는 친척이라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를 외면하고 지낼 수는 없는 것.

올 설에는 호칭과 촌수를 제대로 알아서 그동안 머쓱했던 경험을 확 날려버리자.
설날까지는 아직까지 일주일여 남아 있으니까 모처럼만에 집안 어딘가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을 법한 족보라도 뒤적거리면서 촌수는 물론 나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아뿔싸, 그런데 족보를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고? 걱정마시라.

족보에 앞서 세대에 대한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세대는 세(世)와 대(代)의 합성어로 ‘세’는 사람의 한평생을 뜻하고, ‘대’는 대신하여 잇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대는 가계를 이루는 핵심개념으로 선대와 후대의 연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세(世)는 나를
포함해 선조(1세)로부터 2, 3세 등의 순으로 자기까지를 세면 된다. 그러나 대는 나를 빼고 세야 한다.



즉 대의 경우 위로 1대(아버지), 2대(할아버지), 3대(증조부), 4대(고조부) 하는 방식으로 선대를 세며, 아래로는 1대(아들), 2대(손자), 3대(증손자), 4대(고손자) 등 후대를 센다. 이렇듯 나를 중심으로 친척간 촌수와 호칭을 부계 중심으로 기술해놓은 게 족보다.
그런데 족보 편수 방법이 까다롭고 복잡해 보는 방법을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랴.

우선 족보를 보려면 ‘나’가 어느 파에 속해 있는 지를 알아야한다. 자신이 속한 파를 모를 경우에는 조상이 어느 지역에 살았고, 그 지역에는 어떤 파가 살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도 파를 모르겠다면 씨족 전체가 수록돼 있는 대동보를 일일이 뒤적여 확인하는 방법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렇게 파를 확인한 이후에는 시조로부터 몇 세인지를 알아야 한다.

족보는 횡으로 단을 갈라서 같은 세대에 속하는 혈손을 같은 단에 횡으로 배열해놓고 있다. 따라서 자기 세의 단만 보면 되고, 세수를 모르겠다면 항렬자로 세수를 헤아려야 한다.

끝으로 항렬자를 알아야 하고 족보에 기록된 이름을 알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방법이면 족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족보를 볼줄 안다면 이제 촌수를 따져보자.

촌수는 한마디로 ‘혈연적 거리’를 측정하는 이른바 셈법으로 나를 기준으로 어느 친척이 혈연적으로 가까운 지 또는 먼 지 보여주는 일종의 체계라 할 수 있다. 따지는 법은 우선 내가 촌수를 알고자 하는 친척과 동일직조(같은 할아버지)를 찾는다. 그리고 나와 동일직조의 촌수차이와 친척과 동일직조의 촌수차이를 더하면 나와 친척과의 촌수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와 재당숙과의 촌수를 알려면 가장 먼저 동일직조를 찾으면 된다. 나와 재당숙의 동일직조는 고조할아버지다. 고조할아버지와 나는 4촌사이, 고조할아버지와 재당숙은 3촌사이. 따라서 나와 재당숙은 7촌 사이임을 알 수 있다.

즉 나와 같은 항렬(형제)일 경우 할아버지가 같으면 4촌, 증조할아버지가 같으면 6촌, 고조할아버지가 같으면 8촌이 된다. 그리고 나보다 항렬이 한단계 높을 경우에는 할아버지가 같으면 3촌, 증조할아버지가 같으면 5촌, 고조할아버지가 같으면 7촌이 된다. 예처럼 나와 항렬이 큰 차이가 없다면 촌수가 짝수일 경우 형제이고, 홀수는 숙부나 조카가 됨을 알 수 있다.

한편 호칭은 촌수보다 많이 어려운데 우선 나와 4촌형제일 경우 종(從)형제라하고, 6촌형제는 재종(再從)형제, 8촌형제는 3종(三從)형제, 10촌형제는 4종(四從)형제라 한다.

그리고 나보다 항렬이 한단계 위인 경우 3촌은 백부·숙부, 5촌은 당숙, 7촌은 재(再)당숙이다. 조카를 호칭할 때는 질(姪)을 사용하고 친형제의 자녀는 평소처럼 조카라 부르면 되고 4촌형제의 자녀는 종질(從姪), 6촌형제의 자녀는 재종질(再從姪)이라하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호칭을 쓰지 않고 ‘삼촌' ‘사촌' ‘오촌' ‘외삼촌'등 촌수로 부르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번 설에는 삼촌은 ‘숙부', 사촌은 ‘종형·종제', 오촌은 ‘당숙부', 외삼촌은 ‘외숙부'로 올바른 호칭으로 한번 불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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