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다시 또 비정규직 근로자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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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다시 또 비정규직 근로자를 생각한다

  • 승인 2006-01-19 00:00
  • 강신성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강신성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지난 2001년 360만 명에서 2005년도에는 548만 명(전체 근로자의 36.6%, 노동계 추산 855만 명)으로 급증하고 있어 이 문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 파견 근로자를 포함한 최근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는 대부분 1997년 IMF 구제금융사태의 산물이다. IMF구제금융이 발생한 원인은 외형적으로는 외환유동성 부족 즉, 달러보유부족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것이지만 실제로는 다 알다시피 성장일변도로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여 나타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전략은 두 가지이다. 특정한 부문의 성장을 통해 전체성장을 견인한다는 거점성장전략과 모든 부문을 골고루 성장시키는 균형성장전략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거점성장전략을 선택하였고, 이 선택의 중심점에는 대기업이 있었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금융, 세제, 인허가 등 온갖 정책적 특혜를 받고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당시 재벌그룹경영의 특징은 차입경영, 문어발식 경영, 외형중심 경영이었다. 남의 돈을 가져와서 장난감부터 로켓까지 좌판을 벌이고 몸집을 불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계 순위는 자산규모나 매출액규모, 또는 계열사의 수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러다가 WTO경제체제가 들어섰다. 개방과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마음껏 뛰어들어 1등이 모든 것을 챙겨간다는 시대, 시장이 알아서 다 해준다는 시장중심주의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그 동안 1등인 분야는 하나도 없이 대마불사만을 외치고 있었던 우리 재벌들은 한마디로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여기서 거명할 필요도 없이 무수한 재벌들이 스러져 갔다.

IMF에서는 수백억 달러에 해당하는 구제 금융을 제공하고 이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서 한국경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 안에는 여러 가지의 내용이 있었으니 재벌개혁, 금융개혁, 금리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회계투명성 제고 등이 포함되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해서 얘기해 보자. 미국은 노동기회가 워낙 다양하고 풍부하다. 즉, 유연하다는 것이다. 회사를 계속 옮긴다는 것은 훈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니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도 않으며, 회사를 자주 옮긴다는 것은 별이라고 인식된다. 일종의 전과라는 뜻이다. 회사에서나 사회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우리의 기업문화나 노동문화에서는 잘 맞지 않는 옷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제 금융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구제금융사태의 산물이다.
재벌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신자유주의에 기대어 사회양극화에 외면하고 있고, 고용시장 유연화라는 혜택만을 누릴 뿐 비정규직 양산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들은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 법규를 완화하라고 호들갑이며, 재산상속에 따른 형제간의 다툼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제 재벌들은 다시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겸허히 뒤 돌아 보아야 한다.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묵묵히 땀을 흘리고 일해 온 근로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다. 세상에는 나의 문제나 너의 문제가 있을 뿐 그들의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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