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몇 편의 시를 소개해주었는데 이 시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도록 할까요?” 오늘도 대전학생교육문화원의 겨울방학 특강 ‘시쓰기 교실’에서 지도교사로 활동하며 대전 시내 여러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방학 중 여러 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알차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은 욕심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내가 어릴 적 겨울 방학에는 눈이 참 많이 왔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비료 포대에 지푸라기를 넣고 동네 언덕배기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동네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오징어 한 마리를 그려 놓고 하루종일 놀기도 하고, 눈이 많이 온 날 아침에는 산토끼 잡는다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곤 했다. 상급 학년에 대한 예습은커녕 방학 숙제 걱정도 없었다.
놀기에 바쁜 말괄량이 막내 동생에게 오빠들은 외출 금지령을 내려놓고, 숙제할 분량을 정해주기도 했었다. 숙제를 하는 둥 마는 둥 끝냈는데도 내보내 주지 않아 떼를 쓰다가 결국 병이 나고 말았던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그때의 방학은 마냥 뛰어놀아도 마음 편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요즘처럼 누릴 것이 많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지만, 방학이 주는 설렘 없이 방학때 더 분주해지는 아이들을 보면 방학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방학 동안 미진한 공부를 하거나 책과 너나들이 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무료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가까운 천변 얼음판 위에서 팽이를 치며 땀을 흘려 보는 것, 공들여 만든 연에 어설픈 그림 한 점 그려 넣고 연실 끊기를 하며 소원을 빌어 보는 것….
이런 것도 겨울 방학에만 누릴 수 있는 귀한 경험이 아닐까? 많은 아이들이 나처럼 훗날 어린 시절의 겨울 방학을 떠올렸을 때,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질만한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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