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윤원중 기자 |
수사과장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버려야만 했을까? 수사과장의 자살을 두고 한 동료는 “소탈하고 사려 깊지만 소심한 성격인 그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수사과장이 자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수사과장이 지난 해부터 앓았던 우울증세가 원인일 수 있다. 형사과장으로 발령받은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 잇단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 불면, 무기력증을 호소, 두 차례나 병원에 입원 치료했지만 최근까지도 우울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는 수사과장을 맡은 지난해 5월 검찰과의 수사권 독립문제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된 수사과장이 2만건을 넘은 진정과 고소, 고발 사건을 50여명의 직원들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상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 가능성이다.
그가 심리적으로 가장 견디기 어려웠을 부분은 바로 이 대목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 직원은 “과장님이 검찰 송치 자료에 혹시라도 있을 직원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매일 같이 밤늦도록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챙겼다”고 전했다.
수사과장이 수사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자신의 뜻대로 업무처리가 되지 않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수사과 모 직원은 “수사과장이 가족의 품을 떠나 수년째 홀로 살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해왔지만 언제부터인가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은 느낌이 싫다는 말을 자주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가능성은 말 그대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죽은 자는 여전히 말이 없기 때문이다.
수사과장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정말 하고 싶어했던 말이 무엇일까?
말은 하지 않지만 동료 경찰들은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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