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제 오블리주’라는 멋진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말은 죽은 단어가 된 지 오래다. 도덕성과 책임, 공생과 공리, 봉사가 인색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질 줄은 알지만, 베풀 줄은 모르는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부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과 반목은 행복과 선의 가치를 혼돈 시키고, 부의 불균형은 시장경제 자체를 기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를 중재하고 바로잡을 사회적 기재와 장치가 필요하다. 도덕성과 양식을 갖추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소중함을 실천할 사회지도층이 필요하다.
위정자가 개혁의 기치 하에 ‘코드 정치’를 좇고, 정치인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양심과 상식의 강을 넘나들고, 재벌이 ‘절대부(絶對富)’를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 속만 탐하는 세상일수록 올바른 도덕성과 가치관을 가진 사회지도층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법이다. 바로 이들이 어둠과 부패를 막아주는 빛과 소금인 것이다.
우리는 몇 번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으며 하나의 이슈를 위해 편향과 극단을 선택해 왔으며, 또한 그 때마다 우리가 선택한 편향과 극단이 완전한 승리가 아닌 새로운 병리현상을 낳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지도층은 대립과 갈등을 이용해 입지를 다지고 재산을 증식시키는 일에 몰두하여 왔고 그래서 사회지도층이라 명명된 사람들이 오히려 어둠과 부패의 수혜자로 전락했을 뿐, 정작 그 명칭에 걸맞는 역할은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역사의 모순을 반복하고, 새로운 기회의 시대마다 표류를 거듭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사회지도층의 부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존경의 대상이 없고, 모범과 귀감이 없는 사회는 나침반이 없는 배와 같다. 이제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사회지도층이 형성되고, 이들이 도덕과 양식, 그리고 봉사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맡아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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