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교장선생님이 초등학교 시절 도덕 시험의 점수를 받아 들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 어깨를 주물러 드리는 일, 부모님 심부름을 하는 일이 ‘착한 일이냐?’ ‘보통이냐?’ ‘나쁜 일이냐?’를 묻는 문제가 나와 그는‘보통’으로 답을 했는데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지에선 ‘착한 일’이 정답이었다.
부모님 심부름하는 것을 착한 일로 친다면 세상에 착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게 교장 선생님이 된 그 학생의 생각이었다. 채점을 했던 선생님은 나중 “그래, 네 생각이 옳다. 그런 일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지,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인정해주었고 한다.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는 일은 ‘착한 일’이라기보다는 너무 자연스런 ‘보통의 일’일 텐데 이렇듯 보는 바가 다르니 이것이 지금이나 그때의 세태 같다.
깊은 병환에 계신 부모님을 위하여 손가락을 베어 피를 입에 넣어드렸다거나, 혹은 겨울철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고아 드렸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고을마다 하나쯤은 이어져 내려온다.
지금은 옛날의 법도를 그대로 따를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부모님의 애틋한 심정을 만분의 일도 헤아리지 못한다. 가끔 찾아뵙고 외식을 시켜드리거나, 용돈 조금 드리는 것이 전부인데 ‘평균 정도’의 자식 노릇은 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도 겉으로는 “바쁜데 무엇 하러 왔느냐”고 하시면서도 반가운 표정이 역력하시더구나. 가슴이 저며 옴을 느끼면서 추운 날씨에 배웅을 나오시는 것을 보니, 외로움을 덜어드린다고 간 것이 오히려 허전하고 그리움만 더 쌓이게 하고 돌아온 듯싶다. 효도니 섬기느니 하는 이런 편지를 네게 주는 것조차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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