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평균’과 ‘보통’의 효성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아버지의 편지] ‘평균’과 ‘보통’의 효성

  • 승인 2006-01-13 00:00
  •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
오래 전 대학총장과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분이 TV대담프로에 출연을 하였다. 진행자가 “부모님께 효성이 지극하다고 알려졌는데…”라고 묻자, 총장은 “효성이라고 할 것이 있나요, 그저 평균 정도 해드리는 것이지요”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평균의 효도’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교장선생님이 초등학교 시절 도덕 시험의 점수를 받아 들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 어깨를 주물러 드리는 일, 부모님 심부름을 하는 일이 ‘착한 일이냐?’ ‘보통이냐?’ ‘나쁜 일이냐?’를 묻는 문제가 나와 그는‘보통’으로 답을 했는데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지에선 ‘착한 일’이 정답이었다.

부모님 심부름하는 것을 착한 일로 친다면 세상에 착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게 교장 선생님이 된 그 학생의 생각이었다. 채점을 했던 선생님은 나중 “그래, 네 생각이 옳다. 그런 일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지,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인정해주었고 한다.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는 일은 ‘착한 일’이라기보다는 너무 자연스런 ‘보통의 일’일 텐데 이렇듯 보는 바가 다르니 이것이 지금이나 그때의 세태 같다.

깊은 병환에 계신 부모님을 위하여 손가락을 베어 피를 입에 넣어드렸다거나, 혹은 겨울철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고아 드렸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고을마다 하나쯤은 이어져 내려온다.

지금은 옛날의 법도를 그대로 따를 수야 없는 노릇이겠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부모님의 애틋한 심정을 만분의 일도 헤아리지 못한다. 가끔 찾아뵙고 외식을 시켜드리거나, 용돈 조금 드리는 것이 전부인데 ‘평균 정도’의 자식 노릇은 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도 겉으로는 “바쁜데 무엇 하러 왔느냐”고 하시면서도 반가운 표정이 역력하시더구나. 가슴이 저며 옴을 느끼면서 추운 날씨에 배웅을 나오시는 것을 보니, 외로움을 덜어드린다고 간 것이 오히려 허전하고 그리움만 더 쌓이게 하고 돌아온 듯싶다. 효도니 섬기느니 하는 이런 편지를 네게 주는 것조차 부끄럽구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