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옥배 음악평론가·음악학 |
역동적 클라이맥스 연주 눈길
1월 6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2006년의 첫 연주회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었다. 이날 연주는 대전 출신의 플루티스트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콩쿠르 등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함으로서 어린 나이에 이미 차세대의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최나경과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이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주목받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데이비드 김이 협연자로 나섬으로써 지역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닐센의 ‘플루트협주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 바단조 작품 36’ 등이었고, 지휘자는 함신익 상임지휘자가 맡았다.
최나경이 협연한 닐센의 작품은 초기 현대 작품으로, 테크닉과 해석 모두 연주의 어려움이 따르는 작품이다. 프레이즈별 변화가 많은 이 곡을 최나경은 풍부한 변화를 주면서도 매우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연결 처리를 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와 충분히 교감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주장을 놓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를 뒤로 하고 앞에서 음악 전체를 리드하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유연한 선율과 리듬감 있는 프레이즈의 대조를 명확히 함으로써 음악을 생동감있게 전개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탄탄한 구축력과 긴장·이완의 절묘한 처리가 눈에 띈 뛰어난 연주였다.
데이비드 김의 브람스는 보통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와 다른 해석을 전개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코드와 고음이 많이 나오는 이 작품을 열정적으로 처리하곤 한다. 그런데 데이비드 김은 외적 화려함보다는 내적 에너지가 충만한 절제되고 구도자(求道者)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선율의 섬세함과 유연한 프레이즈의 전개가 눈에 띠었고, 비브라토 조절에 의한 투명한 음색과 표현이 특징적이었다. 다만 오케스트라와의 음량의 균형이 아쉬움을 남겼는데, 특히 목관악기군과 대위를 이루는 부분과 2악장, 이 곡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선율인 1악장 카덴짜 이후에서 목관악기군의 음량과 표현이 데이비드 김의 표현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2부의 차이코프스키는 뛰어난 호연을 들려주었다. 앙상블의 밀도감이 매우 뛰어났고, 각 악기군의 균형감도 잘 조절되었다. 특히 금관악기군이 연주력이 눈에 띄었다. 1악장은 시종일관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주를 하고 있었고, 2~3악장은 전 악장과 대조되는 색채와 표현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4악장은 역동성의 클라이맥스 처리가 뛰어난 연주였다.
이날의 신년음악회는 발전하고 있는 대전시향과 최나경의 테크닉, 음악해석, 무대 장악력 등 차세대 국제적인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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