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민중원 철학관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이 민중원 관장과 올해 자신의 운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유명 운세가들의 집은 물론 길거리 운세집까지 어김없이 북적거린다.
일년동안 자신의 운세가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좀더 나아지고 발전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운세를 통해 무엇을 바라고 어떤 세상을 원할까.
남편건강·자녀성적 등 근심 가득
- 40~50대 북적이는 ‘철학관’
연초 예약손님 하루 수십명 문전성시 사주풀이 시작되면 놓칠세라 ‘귀 쫑긋’
운세집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40∼50대 여성들이다. 매년 새해 첫달인 1월의 경우 하루에 수십여명이 몰릴 만큼 북적댄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은 시댁과 친정의 갈등, 가족들의 건강, 자녀의 취업 문제 등 온갖 세상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듯 사뭇 진지하다.
오전 9시, 중구 선화동 민중원 철학관. 40대 초반의 여성, 박모씨가 철학관 민중원 원장과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요즘 같은 때는 그나마 한가한 편이지만 음력 정월 초부터는 예약없이 운세를 보기란 어렵단다.
자신의 생년월일과 출생시간 등을 민 원장에게 건넨다. 책을 펼친 후 잠시동안 메모를 하던 민 원장이 말한다. “올해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내년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무슨 얘기예요”라고 말하는 박씨의 얼굴에는 궁금증이 가득차 있다. 본격적인 사주풀이가 시작된다. ‘3∼4월에는 안정을 찾지만 5∼6월에는 방해자가 생겨 재물거래를 조심해야 하고 7∼8월에는 말 실수로 체면이 깎일 수 있다’, ‘9월에는 재물다툼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10월에는 재물소득이 있을 것이고 11월에는 정당한 명예와 칭찬이 따르며 12월에는 건강에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박씨의 올해 사주다. 박씨의 얼굴은 금세 걱정반, 기대반으로 가득찬다.
# 남편 승진·정리해고
중구 대사동의 한 철학관, 40대 중반의 여성 손님이 친구와 함께 찾아왔다. 남편 승진 문제 때문에 왔단다. 공기업에 입사한지 20년이 넘었지만 부서장 자리도 오르지 못했다는게 그의 한탄이다. 운세가가 남편의 생년월일, 출생시간과 여러 가지를 확인하며 열심히 뭔가를 적는다. 잠시 후 “11월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여”라는 운세풀이가 나오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함께 온 친구의 남편은 그래도 잘 나간다는 기업 임원이다. 몇 년 동안 불어닥친 정리해고 한파도 운좋게 비껴왔지만 올해가 고비란다. 동기들보다 오랫동안 잘 버텨왔지만 그래도 혹시나해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관상도 봐야 한다며 사진을 달란다. 친구는 예견한 듯 미리 준비해온 사진을 건넨다. 마찬가지로 “내년까지는 별일 없을 것같다”라는 운세가의 희망적인 말에 한껏 부푼채 그들은 자리를 떠났다.
# 자식 결혼·학교성적
잠시 후 5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손님이 들어온다. 이들은 친자매 사이다. 언니는 서른 살이 넘은 장남과 스물 여덟 살이나 되는 딸이 있는데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게 고민이다. 장남의 경우 직장도 번듯한데 애인 하나없고 딸은 일 때문에 결혼에 별 관심이 없다며 자녀들의 신상정보를 내놓는다. 운세가의 표정을 보니 올해도 자녀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은 모양이다.
동생의 관심은 자녀의 학교진학 문제다. 올해 아들이 고교 3학년에 진학하는데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 역시 올해 고교생이 되는데 성적이 시원찮다며 뭔가 시원한 대답을 원하는 눈빛이다. 언니와 동생 모두 한참을 상담하더니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그나마 다행스럽다’라는 표정으로 문을 나선다. 동생은 “사실 커다란 믿음은 없지만 그래도 심적으로나마 위안이 되기 때문에 이곳을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결혼·취업’ 최대 관심사
- 젊은이들 즐겨찾는 ‘길거리 운세집’ 시내중심가 위치… 친구들과 삼삼오오 발길
“재미삼아” “심리적 위안” 얼굴마다 웃음꽃
젊은 층들은 길거리에서 운세를 본다. 자신들의 얘기보다는 가족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중년 층에 비해 젊은 층들은 사랑과 결혼, 취업 등 대체로 개인적인 질문이 주를 이룬다.
중구 대흥동 성당 옆에 위치한 길거리 운세집. 이곳에는 무려 6년 동안 젊은이들의 조언자 역할을 해온 ‘무량스님’이 있다. 정오가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더니 차림새부터 특이하다. 중절모에 반쯤 내린 안경, 얼굴을 감싼 목도리 등 비교적 젊은 외모에다 차림새 역시 독특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20대 여성 두 명이 비닐을 걷어올리며 천막 속으로 들어온다. 직장동료인 박현정(27), 김윤옥(23)씨, 이들의 사주풀이가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기운이 넘치는 사주라는 말에 박씨의 얼굴에 금세 웃음이 퍼진다. ‘재물달에 태어난데다 지혜로운 눈을 갖고 있어 재물부족은 없을 듯하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면 그만큼의 명성을 얻는다’ 등의 풀이가 쏟아지자 입을 닫지 못한다.
하지만 애정선이 좋지 않다는 말에 표정이 굳어진다. 넘치는 기운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단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님에게 질문한다. “그럼 언제 결혼해야 하나요”. 무량스님은 “올해와 내년이 남자와 인연을 맺기 좋은 시기이고 자식은 두 명을 낳는게 좋다”며 위로한다.
# 남자 친구와 결혼은
중구 으능정이 거리. 이곳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친구 사이다. 한 여성이 대뜸 “남자 친구가 있는데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
운세가 나오기전에 자기들끼리 수다를 떤다. “야, 그 정도면 괜찮지, 뭐”, “그래도 혹시나 한번 물어보는 것도 좋잖아” 등 앞에서 책을 펼치고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운세가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좋은 점괘가 나왔나보다. “정말이죠?”라며 친구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옆에 있는 친구는 집에서 지금의 남자와 결혼을 반대하고 있단다. 가장 큰 이유는 남자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도 싫은데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 운세가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 취업 언제쯤?
밤 늦은 시간, 길옆에 있는 길거리 운세집, 젊은 남녀 커플의 발길이 멈춰섰다. 얼굴을 보니 술도 한 잔 걸친 모양이다. 순식간에 천막안이 술 냄새로 가득 찼다. 취업 때문에 왔단다. 올해 남자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좀처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게 그들의 고민이다. 이미 수십여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단 한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이 지긋한 운세가도 걱정되는 눈빛으로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올 연말쯤은 돼야 할거야”라는 사주에 남자의 표정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옆에 있던 여자 친구가 남자를 위로하듯 쳐다본다.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운세가 앞에 앉아 온갖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상담하는 사람들. 하지만 모두들 문을 열고 나갈 때 만큼은 얼굴에 기대와 희망이 가득차 있다. 이것이 바로 운세의 힘이고 사람들이 매년 운세집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돼지>
▲재물운 :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부지런해야 하리로다. ▲애정운 : 사이는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다툼이 사라지게 되느니라. ▲사랑운 : 첫눈에 반하는 이성을 만나게 될 것이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가서라. ▲건강운 : 작은 병이 있더라도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라.
<개>
▲재물운 : 예리해야 한다. 남의 말을 함부로 믿지 말라. ▲애정운 :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더욱 가까워지게 되느니라. ▲사랑운 : 말과 태도에 유의하라. 부드러운 매력을 갖춰라. ▲건강운 :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조심을 하라.
<닭>
▲재물운 : 적당한 시점에서 돈을 쓴다면 이성의 마음을 살 수 있지만 과소비는 피하라. ▲애정운 : 애정운이 좋아 사랑싸움이 잦지만 살림에 도움이 되느니라. ▲사랑운 : 한 번 놀아보자는 사람도 있으니 분별을 잘하라. ▲건강운 : 자기에게 너무 큰 압력을 주지 말라.
<원숭이>
▲재물운 : 큰 투자는 피하고 계획에 따라 관리를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느니. ▲애정운 : 상대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지 말라. ▲사랑운 : 겉 모습에만 눈을 팔지 말고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상대를 찾으라. ▲건강운 : 몸조리만 잘 하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니.
<양>
▲재물운 : 이성친구에게 쓰는 돈이 많을 것이니 돈을 내기 전에 잘 생각하라. ▲애정운 :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리로다. ▲사랑운 : 이성친구가 추파를 던진다고 다 대답하지 말고 오랜 시일을 두고 살펴보라. ▲건강운 : 적당한 시기에 휴식도 하며 돈을 벌려고 건강을 잃지는 말지로다.
<말>
▲재물운 : 너무 좋아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게 되니 교만하지 말라. ▲애정운 : 행복으로 넘쳐 배우자와는 웃음으로 이어지지만 너무 붙지는 말라. ▲사랑운 : 솔로는 모임에 많이 나가 주동이 된다면 상승세를 긋게 될 것이라. ▲건강운 : 몸도 마음도 편하고 좋은 운세도 따르게 될 것이라.
<쥐>
▲재물운 : 재물운은 괜찮으나 남의 말을 다 믿지 말아라. ▲애정운 : 부부의 정은 다소 괜찮으나 금이 갈 수도 있으니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사랑운 : 모임을 자제하고 이성을 적게 사귀되 적극적으로 나서라. ▲건강운 : 스트레스를 받으니 신체단련을 많이 해야 한다.
<소>
▲재물운 : 재물운은 괜찮은 편이나 자기의 지갑을 잘 지켜야 한다. ▲애정운 : 배우자와의 사이도 안정이 되겠으나 색정장소를 가리지 않으면 고통을 겪는다. ▲사랑운 : 너무나도 좋으니라. 목표가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행복의 기회를 잡으라. ▲건강운 : 밤을 새며 일을 하는 것은 피하라. 적당한 때 휴식을 취하라.
<범>
▲재물운 : 장사나 투자에 큰 소득을 얻을 것인바 목표를 겨냥하면 수익이 날지리라. ▲애정운 : 범띠는 천생 고집이 강해 이상이 생기면 풀려고 애를 써야 하느니라. ▲사랑운 : 모임에 많이 나가고 친구들의 소개를 많이 받아야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 ▲건강운 : 몸이 녹슬고 있어 움직여야 하느니라.
<토끼>
▲재물운 :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오니 찬스를 놓치지 말라. ▲애정운 : 애정운은 계속 오르막이라 상대를 간섭하지 않는 다면 모든 것은 뜻대로 되리라. ▲사랑운 : 몸을 잘 거두고 충실하게 산다면 자연히 찾아 올 것이라. ▲건강운 : 건강한 몸과 정력이 넘쳐 운세도 기를 펴게 될 것이라.
<용>
▲재물운 :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느리니 돈을 번다고 해도 저축을 해야 하리로다. ▲애정운 : 배우자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로 되니 다투더라도 웃고 지나가게 되리. ▲사랑운 : 이성친구가 많으니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잘 고르라. ▲건강운 : 체력을 회복하고 정력이 왕성하리니, 남들이 모두 부러워 할 것이라.
<뱀>
▲재물운 :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돈을 벌게 되고,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니라. ▲애정운 : 다소 불편하리라. 마음을 넓게 먹어야 운세가 오를 수 있느니라. ▲사랑운 : 이성이 많지만 적적하다고 아무나 택하지 말라. ▲건강운 : 일상을 잘 조절하고 양생에 힘을 쓰라.
▲ 올해의 운세를 궁금해하는 젊은 여성들이 대전 중구 대흥동 성당 옆 길거리 운세집을 찾아 사주를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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