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점괘 ‘내 손안에’

인생역전 점괘 ‘내 손안에’

학문… 좋은 벗… 쉼없는 노력

  • 승인 2006-01-12 17:44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교수
▲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교수
<전문가가 말하는 운세론>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교수



[주역] 사회의 길흉화복 점쳐 미래 예보
[토정비결] 개개인의 삶에 대한 문제를 언급
맹신은 금물… 자신의 마음가짐 가장 중요

“사주는 급변하는 현대와 맞지 않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은 무리”



주역으로 이름난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 교수의 연구실을 들어선 순간 여유롭고 후덕한 인상을 가진 송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기독교 신자인지라 평소 철학이나 토정비결, 주역 등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만큼 인터뷰에 앞서 두려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일반인들은 주역이라 하면 역술인들이 흔히 치는 ‘점’을 연상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한국인들이 운세를 점치기 위해 4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그토록 호기심이 강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운세론을 논하는 주역과 토정비결, 사주학의 정확도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주역이나 토정비결은 수백년전 사람들에게 맞는 점괘였어요. 하루가 급변하는 현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거죠.”

의외의 대답이었다. 해마다 연초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신봉하는 토정비결이 현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니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송 교수는 “주역이나 토정비결 모두 농업을 업(業)으로 삼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학문인만큼 고집하면 맞지 않아요.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인 만큼 사주와 토정비결 모두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제안했다. 매일 같은 동선으로 등산하는 사람이 하루는 산삼이나 약초를 캐기 위해 매일 가던 동선을 피해 험한 길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고 개인 의사와 선택에 따라 삶의 향방이 변화하는데 운명을 결정해주는 사주나 토정비결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

송 교수에 따르면 주역은 ‘음양’의 이치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제시하고, 사회전반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있다면, 토정비결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주역에서의 역(易)이란 바꾸다·고치다·바뀐다의 뜻이다. 음양의 조화 속에서 만물의 이치가 생긴다는 학문인만큼 그 이치를 먼저 깨달아 길함을 잘 다스릴 줄 알고 흉함을 잘 다스려 피해나가는 지혜를 빌리는 학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주역은 점을 보는 점술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주역의 구성은 8괘(卦)와 그것을 합한 64괘, 길함과 흉함을 서술한 괘사(卦辭), 그리고 여섯 개의 효를 설명한 효사(爻辭)로 구성돼있다. 전문 역술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길함과 흉함을 점치는 것.

송 교수는 “주역이란 지금의 일기예보, 경제전망, 정치동향과 같이 미래를 예보하는 거예요. 누구도 일기예보나 경제전망에 확신을 갖지는 않잖아요. 역술가들이 점을 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상업화된 마음으로 제시하는 예보들을 확신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조언한다.

주역에서는 가장 위태한 상황을 보여주는 점괘에서도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주역이나 사주 등 운세론에 확신을 주고, 점괘를 봐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갔던 필자에게 송교수는 명확한 해답을 하나 제시했다.

“사주를 극복하는 방법은 논어에서 명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큰 대안은 학문을 하는 것과 자신을 격려해주고 질책해 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수양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학문과 좋은 친구, 끊임없는 수양이야 말로 사주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봄이 왔는데 농사를 지을 토양이 없고 씨앗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노력을 통해 자신을 닦을 수 있는 기본 토양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운명이 좋아도 결실을 얻을 수 없다”고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그의 충고가 신년 운수대통을 바라며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송인창 교수는 현재 대전대 동양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주역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