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교수 |
[주역] 사회의 길흉화복 점쳐 미래 예보
[토정비결] 개개인의 삶에 대한 문제를 언급
맹신은 금물… 자신의 마음가짐 가장 중요
“사주는 급변하는 현대와 맞지 않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은 무리”
주역으로 이름난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 교수의 연구실을 들어선 순간 여유롭고 후덕한 인상을 가진 송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기독교 신자인지라 평소 철학이나 토정비결, 주역 등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만큼 인터뷰에 앞서 두려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일반인들은 주역이라 하면 역술인들이 흔히 치는 ‘점’을 연상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한국인들이 운세를 점치기 위해 4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그토록 호기심이 강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운세론을 논하는 주역과 토정비결, 사주학의 정확도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주역이나 토정비결은 수백년전 사람들에게 맞는 점괘였어요. 하루가 급변하는 현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거죠.”
의외의 대답이었다. 해마다 연초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신봉하는 토정비결이 현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니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송 교수는 “주역이나 토정비결 모두 농업을 업(業)으로 삼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학문인만큼 고집하면 맞지 않아요.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인 만큼 사주와 토정비결 모두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제안했다. 매일 같은 동선으로 등산하는 사람이 하루는 산삼이나 약초를 캐기 위해 매일 가던 동선을 피해 험한 길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고 개인 의사와 선택에 따라 삶의 향방이 변화하는데 운명을 결정해주는 사주나 토정비결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
송 교수에 따르면 주역은 ‘음양’의 이치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제시하고, 사회전반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있다면, 토정비결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주역에서의 역(易)이란 바꾸다·고치다·바뀐다의 뜻이다. 음양의 조화 속에서 만물의 이치가 생긴다는 학문인만큼 그 이치를 먼저 깨달아 길함을 잘 다스릴 줄 알고 흉함을 잘 다스려 피해나가는 지혜를 빌리는 학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주역은 점을 보는 점술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주역의 구성은 8괘(卦)와 그것을 합한 64괘, 길함과 흉함을 서술한 괘사(卦辭), 그리고 여섯 개의 효를 설명한 효사(爻辭)로 구성돼있다. 전문 역술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길함과 흉함을 점치는 것.
송 교수는 “주역이란 지금의 일기예보, 경제전망, 정치동향과 같이 미래를 예보하는 거예요. 누구도 일기예보나 경제전망에 확신을 갖지는 않잖아요. 역술가들이 점을 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상업화된 마음으로 제시하는 예보들을 확신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조언한다.
주역에서는 가장 위태한 상황을 보여주는 점괘에서도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주역이나 사주 등 운세론에 확신을 주고, 점괘를 봐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갔던 필자에게 송교수는 명확한 해답을 하나 제시했다.
“사주를 극복하는 방법은 논어에서 명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큰 대안은 학문을 하는 것과 자신을 격려해주고 질책해 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수양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학문과 좋은 친구, 끊임없는 수양이야 말로 사주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봄이 왔는데 농사를 지을 토양이 없고 씨앗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노력을 통해 자신을 닦을 수 있는 기본 토양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운명이 좋아도 결실을 얻을 수 없다”고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그의 충고가 신년 운수대통을 바라며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송인창 교수는 현재 대전대 동양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주역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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