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마다 그 해 띠 동물에 대한 찬사가 장황하지만 개처럼 인간과의 일화가 많은 동물도 드물다. 주인을 살리기 위해 대신 타 죽었다고 하고 술 취해 잠든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적셔 불을 막았다고도 하는 전북 임실군의 ‘개비석 이야기’는 유명한 전설이다.
1962년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된 토종견 진돗개는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왔으나 목 끈을 풀고 밤낮으로 달려 주인집으로 돌아갔다. 굶고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의 진돗개 사진이 크게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붕괴현장 매몰자의 구조견, 마약?독극물??탐지견 등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역할을 해내는 개의 특성이 인간과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킨다.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인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탐???치(貪嗔癡) 3독(毒)에서 벗어나고 몸과 입과 뜻으로 범하기 쉬운 나쁜 짓과 산란한 마음을 진정,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계?정? 혜(戒定慧) 3학(學)을 이루는 경지에 개가 가장 가까이서 인간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배우고 있다가 인도환생한다고 인연설(因緣說)은 가르치고 있다. 천간지지(天干地支) 12지 동물 가운데 개를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이상을 추종하고 있는 개가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이 개만도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아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인내천(人乃天)사상의 인간존중을 표방한 천도교(天道敎) 3세 교령 손병희(孫秉熙 3?운동 주동)선생에게 인간의 행동 강령을 물었더니 손병희 선생은 사람인자(人)다섯 개를 써 주었다. 풀이를 하면 ①사람이 ②사람이면 ③다 사람이냐 ④사람다워야 ⑤참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오륜(五倫)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첫째, 부자자효(父慈子孝)로서 어버이는 자애롭고 자녀는 효도하며 둘째, 군의신충(君義臣忠)으로 임금은 의롭고, 신하는 충성하는데 충성 충자(忠)는 가운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뜻한다. 셋째, 부화부순(夫和婦順),남편은 온화하고 아내는 순종하며 다섯째, 붕우유신(朋友有信) 친구간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 이 같은 오륜의 예법이 존중되지 않으면 개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개만도 못한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평화를 깨뜨리는 오만방자한 독재자들이 모두 그러한 사람들이며 남이 싫어하는 것을 안면몰수하고 강행하는 사람도 그에 속한다.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고이즈미’같은 사람이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통틀어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에 대한 예찬에 반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본다면‘개판’을 들 수 있다. ‘사람이 할일을 제대로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는 개판’이 수두룩하다.
개는 본래 호랑이과 동물로 싸우기를 좋아하여 만나면 싸우는 특성을 갖고있다. 꼭 싸워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죽어라고 싸운다. 개나 사람이나 싸우기로 들면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싸움이며 개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러한 개판을 너무 많이 보면서 새삼 깨달아야 하는 것은 개의해 개견(犬)자를 고칠개(改)로 바꿔보는 것이다.
개견(犬)자가 큰대(大)위에 점을 하나 찍었는데 큰대(大)자를 사람에 비유하여 사람의 어깨를 툭 치는 격이 개견(犬)자로서 정신 차리라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올해 병술년엔 개견(犬)자가 아닌 고칠개(改) 병술년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기를 당부해본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개를 순하게 길들이는 것은 조련사이다. 병술년 올해도 잘못하면 개판이 될 조짐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므로 경륜있는 조련사들이 많이 나와 사회 안정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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