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개(犬)해 아닌 고칠 개(改)의 병술년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종교칼럼] 개(犬)해 아닌 고칠 개(改)의 병술년

  • 승인 2006-01-11 00:00
  • 경천스님  삼문사 주지경천스님 삼문사 주지
병술년 개띠해가 밝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해 띠 동물에 대한 찬사가 장황하지만 개처럼 인간과의 일화가 많은 동물도 드물다. 주인을 살리기 위해 대신 타 죽었다고 하고 술 취해 잠든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적셔 불을 막았다고도 하는 전북 임실군의 ‘개비석 이야기’는 유명한 전설이다.

1962년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된 토종견 진돗개는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왔으나 목 끈을 풀고 밤낮으로 달려 주인집으로 돌아갔다. 굶고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의 진돗개 사진이 크게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붕괴현장 매몰자의 구조견, 마약?독극물??탐지견 등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역할을 해내는 개의 특성이 인간과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킨다.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인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탐???치(貪嗔癡) 3독(毒)에서 벗어나고 몸과 입과 뜻으로 범하기 쉬운 나쁜 짓과 산란한 마음을 진정,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계?정? 혜(戒定慧) 3학(學)을 이루는 경지에 개가 가장 가까이서 인간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배우고 있다가 인도환생한다고 인연설(因緣說)은 가르치고 있다. 천간지지(天干地支) 12지 동물 가운데 개를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이상을 추종하고 있는 개가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이 개만도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아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인내천(人乃天)사상의 인간존중을 표방한 천도교(天道敎) 3세 교령 손병희(孫秉熙 3?운동 주동)선생에게 인간의 행동 강령을 물었더니 손병희 선생은 사람인자(人)다섯 개를 써 주었다. 풀이를 하면 ①사람이 ②사람이면 ③다 사람이냐 ④사람다워야 ⑤참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오륜(五倫)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첫째, 부자자효(父慈子孝)로서 어버이는 자애롭고 자녀는 효도하며 둘째, 군의신충(君義臣忠)으로 임금은 의롭고, 신하는 충성하는데 충성 충자(忠)는 가운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뜻한다. 셋째, 부화부순(夫和婦順),남편은 온화하고 아내는 순종하며 다섯째, 붕우유신(朋友有信) 친구간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 이 같은 오륜의 예법이 존중되지 않으면 개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개만도 못한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평화를 깨뜨리는 오만방자한 독재자들이 모두 그러한 사람들이며 남이 싫어하는 것을 안면몰수하고 강행하는 사람도 그에 속한다.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는 ‘고이즈미’같은 사람이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통틀어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에 대한 예찬에 반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본다면‘개판’을 들 수 있다. ‘사람이 할일을 제대로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는 개판’이 수두룩하다.

개는 본래 호랑이과 동물로 싸우기를 좋아하여 만나면 싸우는 특성을 갖고있다. 꼭 싸워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죽어라고 싸운다. 개나 사람이나 싸우기로 들면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싸움이며 개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러한 개판을 너무 많이 보면서 새삼 깨달아야 하는 것은 개의해 개견(犬)자를 고칠개(改)로 바꿔보는 것이다.

개견(犬)자가 큰대(大)위에 점을 하나 찍었는데 큰대(大)자를 사람에 비유하여 사람의 어깨를 툭 치는 격이 개견(犬)자로서 정신 차리라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올해 병술년엔 개견(犬)자가 아닌 고칠개(改) 병술년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기를 당부해본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개를 순하게 길들이는 것은 조련사이다. 병술년 올해도 잘못하면 개판이 될 조짐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므로 경륜있는 조련사들이 많이 나와 사회 안정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