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주필 |
과거 60·70년대 절대빈곤시절에는 개발만이 전부였고 개발이 최선의 정책목표였기 때문에 지역특성에 눈을 돌릴 겨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주도하에서 지역특성은 크게 주목받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고유의 자원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도로 개설이나 재개발과 같은 지역개발과 함께 이른바 지속가능한 분야 또는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쪽으로 지자체의 개발전략이 선회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국의 수많은 지역축제를 꼽을 수 있다. 비슷비슷하고 낭비적인 성격이 짙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지금의 지역축제이지만 긍정적인 측면 또한 적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문화재와 같은 유형의 지역자원은 물론 무형의 문화자원까지 활용해 축제를 벌이고 그 지역 뿐만 아니라 외지의 관광객까지 끌어모은다는 발상은 자치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방자치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우리 국민들의 감정이 썩 좋지 않은 일본의 경우, 그 지역지역의 특색을 살린 명소와 개성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관광자원은 부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의 경우 10여년의 짧은 기간동안 지역활성화전략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한 예로 지난주 언론에 소개된 경기도 양평군의 ‘소나기마을 조성계획’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서의 ‘소나기마을’은 작가인 고 황순원(1915∼2000) 선생의 1950년대 단편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마을을 지칭하는 것으로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지명 가운데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한다’는 구절로부터 양평군이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양평군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작품 소나기의 무대를 풍기는 양평군 시골마을을 그대로 살리고 소년이 소녀를 업고 개울을 건너던 ‘업고 건너는 길’을 만들고 인공으로 소나기까지 뿌려 소설 속의 분위기를 그대로 묘사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나기마을 입구에 황순원문학관도 조성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연간 100만평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다. 마치 춘천이 ‘겨울연가’의 재연도시를 만들 듯이 경기도 양평군은 소나기라는 소설적 판타지를 활용한 지역활성화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대전·충남지역 역시 소나기마을과 같은 테마관광명소를 얼마든지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대전·충남은 명실공히 시인의 고장이자 숱한 문인과 예술인들을 배출한 고장이다. 아울러 낙화암에서 나라의 패망과 함께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삼천궁녀의 전설이 서려있는 백제의 땅이기도 하다. 시인과 문인, 예술인들의 작품은 물론 사라진 옛 역사인 백제의 전설과 같은 무형의 자산은 후세인에게 판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자원이며 활용하기에 따라 테마관광명소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문화와 접목한 관광이 빛을 보는 시대를 맞아 지역문화와 예술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올 지방선거에 많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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