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약방에는 감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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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약방에는 감초가 없다

  • 승인 2006-01-10 00:00
  • 김홍준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김홍준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신토불이’란 말이 있다.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이 맞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이 단어는 1989년 농협이 우리농산물을 많이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을 뿐 문헌에서 그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네글자의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국산농산물이 가장 안전하고 좋다’라는 관념을 심어 놓았다.

사람들이 흔히 약방의 감초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약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감초는 우리약일까? 정답은 아니다. 감초가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지고 있는 약재이기는 하나 이것의 기원식물은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이나 만주에 살고 있는 식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감초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감초는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기 때문에 수입되는 것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보다 품질이 좋아서, 혹은 가격이 월등하게 저렴하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로 수입되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건강기능성 식품이라는 명목아래 다양한 경로로 수입되는 농산물이나 식자재들이 한약재로 둔갑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유통상의 문제로 인하여 수입산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렇다면 수입산은 무조건 품질이 나쁠까? 물론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계피의 경우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품질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코카콜라 회사다. 사향의 경우는 대부분이 프랑스의 유명 향수회사에서 90% 이상 사용되고 있다. 요즈음 수입산 약재 특히, 중국산 약재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의 약재 시장을 돌아보면 약재의 품질이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산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게 된다.

결론은 산지의 문제이기 보다는 이것을 관리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중국 약업자가 말하기를 한국의 수입업자들이 100만원을 가지고 오면 우수한 품질의 약보다는 많은 양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약의 품질은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국산 한약재는 어떠한가? 국내산 보호라는 명목아래 무조건 국산을 사용해야 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농촌인구의 고령화, 한약재의 절대적인 재배면적의 감소, 생산 단가의 증가 등으로 생산환경이 열악해져 국산한약재의 사용을 고수할 수 없는 현실이 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우수한 한약재를 유통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산물에 우수농산물관리기준(Good Agricultural Practice,GAP)이 시행되고 있고, 인삼하면 고려인삼을 생각하듯이 한약재도 생산에서부터 제조???肉?이르기까지 엄격하게 관리되는 명품한약을 생산하여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한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한약 품질관리의 수준을 향상시켜 국산이나 수입산 모두 국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장문화를 정착시키자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물론 아직 시작단계라 많은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한약을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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