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싸움을 배
맞고 싶어 맞는 이가 어디 있으랴. 힘없어 맞고 무서워 맞고 싸울 줄 몰라 맞을 뿐, 할 수만 있다면 패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일 게다. 두드려맞는 데 이골이 난 ‘왕따’ 병태(재희)에겐 그런 마음이 간절하다.
그 때 광명같은 인물, 판수(백윤식)가 출현한다. 어쩌면 판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지 모른다. 병태와 만나고 얘기할 때를 제외하면 그는 세상의 빛으로 나오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긴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
판수는 독서실 구석방에 틀어박혀 무협지를 읽는 게 유일한 낙일 뿐, 어디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다. 그러나 수상한 행색 사이 강한 적들을 한 손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병태는 그에게 매달린다. 판수는 거절하다 지쳐 그를 받아들인다. 천천히 시작되는 싸움 강의.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자 병태는 조급해지지만….
‘싸움의 기술’은 코미디만은 아니다. 사이사이 웃음이 터질 만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묘사도 있지만 영화는 점차 농도 짙은 감정을 쌓아간다. 병태를 비롯한 학생들의 싸움이 있고, 판수와 얽혀드는 조직 폭력배들의 칼부림도 있지만 영화의 중심에 있는 건 액션이 아닌, 그 액션이 벌어지는 잔인한 세계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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