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사람노릇 하며 살자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목요세평] 사람노릇 하며 살자

  • 승인 2006-01-05 00:00
  • 김경희 대전여민회 부회장김경희 대전여민회 부회장
빚진 것이 없는데도 자꾸 주머니로 손이 갔다. 잡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빈 주머니, 탈탈 털어대니 먼지 한웅큼 느껴지는 것 같다. 정신없이 나부대다 문득 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달력 한 장 달랑 남아 세월의 덧없음을 채근하고 있었는데, 아차 하는 사이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 새아침을 열기로 했다. 뽀얗게 고아 놓았던 곰국이 제대로의 맛을 냈다. 떡국 먹고 나이 한살 더 먹는 것이 마냥 좋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붙들어 매놓고 싶은 심정이니 중년의 허전함이 이런가 보다. 그동안 신세를 졌던 사람들, 삶에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던 많은 분들에게 안부인사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친구, 선생님, 알고 있는 몇몇 지인들에게 몇 자 적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답신이 오기도 하고, 전화로 안부를 전해오는 반가운 목소리도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때론 왈칵 눈물이 솟고, 진한 여운이 가슴에 남아 밤이 늦도록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현재로 넘나들면서 기억의 파편들을 주워 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맙다며 바로 전화를 주셨다. 작년 봄 삼십여년이 지나 알게 된 선생님의 연락처로 전화를 드리며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던지. 설렘으로 만나 뵌 선생님은 별로 변하지 않으셨고, 어렸던 나만 선생님 옆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늙어버렸다.

바쁘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안부도 자주 못 여쭙고 항상 죄인의 심정으로 지냈다. 자상한 선생님의 격려와 보살핌을 항상 마음 속 깊이 간직해 온 것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만 살아가고 있다.

올 해는 사람 노릇 하며 살아야겠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바람으로 이런 일 저런 일하며 바쁘게 지내지만, 주변의 작은 일이나 지금까지 나의 삶에 관련되어진 많은 사람들에게 소홀함은 없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시간이 없다며 미루어 놓았던 많은 일 들, 다음 기회에 보자며 제쳐 놓았던 내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것들 앞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선다.

선생님께도 만나 뵙자고 전화도 드리고, 그 옛날 선생님이 내게 맛난 음식을 먹여주셨던 것처럼 맛있는 음식도 사 드리련다. 잊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을 기억의 저편에서 되돌려 연락도 하고 안부도 묻고 사람사는 정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잘 될까? 일에 치이고 손길 기다리는 많은 일들 앞에서 허덕이다 우선순위에 밀려나지는 않을까?

떡국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남편과 바람쐬러 밖으로 나갔다가 조용한 술집에서 연인처럼 칵테일 한잔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 탈 없이 행복하게 살아왔고, 이웃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 것이고, 사람냄새 나는 삶을 꾸려가자고.

새해에는 일 보다는 사람을 생각하고,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면서 사람사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