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편집부국장 |
정치권에서는 다음 대선(大選)으로 가는 중요한 분수령의 의미로 먼저 볼 것이고, 따라서 어느 정당이 이길 것인지, 또 지지도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다. 지방마다 어떤 당이 승리하느냐 못지 않게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연초 지방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는 전부 여기에 맞춰져 있다. 대전의 경우 현재로선 염홍철 시장의 독주 양상이 뚜렷하고, 심대평 지사가 물러나는 충남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의 형세로 군소 후보들의 각축전 양상이다.
그러나 올해 지방선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는 지난 95년 이후 올해가 네 번째고, 92년 부활된 지방의회 선거부터 치면 벌써 5번째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본래 의미와 성과가 어떠한가 하는 점은 지방자치 부활 이후 거의 도외시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균형발전과 함께 지방분권이 국정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으나 성과는 미진하다. 노 대통령은 작년 말 지방방송 토론회에선가 “지방분권은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정은 이와 크게 다르다.
지방에서 보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오히려 거꾸로 가능 형상이다. 이번 선거부터는 기초의원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 도입, 풀뿌리 민주주의에까지 중앙 권력인 국회의원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주자는 법을 정하는 중앙권한 지방이양문제도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 겉돌고 있으며, 권한은 없이 돈만 들어가거나 골치아픈 업무만 재정지원 없이 업무만 떠넘기고 있다고 담당 공무원들은 말한다. 그렇게 할 바에야 지방분권을 안 하는 게 낫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쓸 때는 지방경찰제 실시가 전제 조건이었다. 양측이 수사권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나 정작 지방경찰제는 흐지부지 될 공산이 크다. 작년 말 시범실시 기초단체를 정했으나 지방경찰제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또 여야는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면서도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자민련을 괴롭히는 심대평 충남지사 같은 국회의원들의 ‘상전(上典)’을 없애려고 툭하면 시·도(市道) 폐지안을 내놓고 있다. 아마 올해는 행정자치부도 여기에 부응하는 시도 폐지안을 내놓을 태세다. 이미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국무조정실이 이해찬 총리 지시로 예정에도 없던 지자체 회계·인사 감독강화 방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방자치는 부활 10년 남짓만에 국회의원과 중앙부처의 역습(逆襲)으로 오히려 퇴보할 우려마저 있다.
지방자치의 주역들인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 지방의원을 뽑는 일에는 연초부터 관심이 고조되어 가고 있으나 정작 지방자치가 얼마나 잘 되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올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건강성을 살펴보고, 지방자치를 건강하게 육성할 인재를 뽑는 데 맞춰져야 한다.
지방선거가 한낱 중앙당의 대리전(代理戰)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만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없을 수 없겠으나 지방자치 행사라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올해 선거는 지방분권을 후퇴시키려는 반(反)지방분권적 세력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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