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큰 한숨 몰아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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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큰 한숨 몰아쉬고…

  • 승인 2006-01-03 00:00
  • 오완영 국제펜클럽 대전시위원회장오완영 국제펜클럽 대전시위원회장
세모는 세월의 여울목이다. 그러나 풍랑이 거칠었던 지난해 세모는 농민들의 분노, 가공할 폭설, 사학법 분쟁, 세계 최고의 바이오 과학자의 침몰로 좌초된 채 흐를 줄을 모른다. 병술년 새해가 밝았을지라도….

참으로 잔인한 세모였나보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심각한 자괴심에 빠진 우리는 무엇 하나 안타깝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막연한 페시미즘(Pessimism)에 빠져 좌절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데에 동의하고 싶다. 우리는 큰 한 숨 한 번 몰아쉬고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늘 임박해있다.

우리들이 지금의 과감한 삽질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사소한 이해득실과 내분으로 밖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제의 한국이 아니다. 국경선마저 그 의미가 쇠잔해가는 지구촌 시대의 한국, 한국인임을 자각할 일이다. 이제는 지구촌 어디를 가나 한국, 한국인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IT분야와 생명공학 분야에 있어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나라로 이미 승인되어 있다.

사실상 여기까지가 어려운 것이다. 세계인의 인식을 이렇게 바꿔놓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수고와 땀과 눈물을 삼키는 수모를 딛고 일어선 것인가를 상기해볼 일이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너무 비하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 것인가, 한 번 냉철히 돌아다 볼 일이다. 조그만 난관에 부딪치면 우리는 스스로 체념적으로 비하하는 자세는 일제의 오랜 식민지 사관이 만들어준 친일적 사고방식임을 깨닫고 섬득한 마음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새로운 눈, 새로운 전환적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다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순농(殉農)한 두 영혼 곁에는 애도하는 국민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정부는 식량의 무기화 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면서 쌀의 의미를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구마모도 국립농장의 식량의 무기화 시대를 대비한 지력보호 전략을 간취할 필요가 있다.

시인 김춘수는 눈은 검다고 노래했다. 눈의 속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다. 눈은 먹물처럼 검을 수도 있다. 유례가 흔치 않았던 이번 폭설은 공포의 검은 눈이었던 것이다. 검은 눈의 급습을 받은 재앙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큰 다행이다. 한국교육은 결코 실패한 교육이 아니다. 20세기 신화를 창조한 성장의 잠재력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사학은 한국교육의 상징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공교육을 낳은 어머니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은 누구에 의해서든지 정략의 대상으로 다룰 수 없다. 진지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서 비본질적인 문제로 교육의 본질을 해치지 아니하도록 서로가 심사숙고하지 아니하면 교육만 붕괴될 뿐이다. 그리고 결과는 승자없는 패자만 남게될 것이다.

생명공학과 IT산업은 한국의 미래다. 명실공히 우리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황우석 쇼크는 너무나 큰 타격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과 허탈도 큰 것이다. 아마도 심리적 영웅주의에 이끌려 첫 단추를 잘못 꿴 소치일 것만 같다. 한번 사도(邪道)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원천기술에 대한 견해 차이를 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적인 과학자를 지켜주지 못한 아쉬움은 없는지 되돌아본다. 그러나 더 이상 연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큰 한 숨 몰아쉬고 다시 시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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