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 대한민국 문화의 酒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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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칼럼] 대한민국 문화의 酒류

  • 승인 2006-01-03 00:00
  • 조성환 닥터스미 피부과 원장조성환 닥터스미 피부과 원장
술을 약주(藥酒)라고도 표현하는데 이 말은 조선시대부터 청주 혹은 술의 높임말로 쓰였다. 원래는 약용주를 말하는 것인데 약재가 들어있지 않은 술을 약주라고 하는 것은 옛날 우리나라에 흉년이 들어 금주령이 내렸을 때 기득권의 높은(?) 사람들이 청주를 마실 때 몰래 약 용주를 마시는 척 했기 때문이며 이를 두고 현재 약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 주전자의 의미가 주전자(酒煎子)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주전자는 한자 그대로 ‘술을 데우는 그릇’이라는 뜻 이다. 예전에는 술을 데워서 많이 마셨고 막걸리도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주전자에 따라 드셨으며 주전자 단위로 한 되, 두 되 팔았기 때문에 술과 주전자는 바로 하나로 여겼는데 그 이유로 우리집의 주전자를 바라볼 때 마다 웃음이 나오는 작은 즐거움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사물을 헤아리고 사정을 참작하여 제대로 처리한다는 뜻의 짐작(斟酌)이라는 말도 ‘술을 따라 서로 주고 받는다’라는 뜻이며 상대의 잔이 비었는지 어느 정도 마셨는지 잘 헤아린다는 뜻 이다. 현재 잔머리를 쓴다는 좋지 못한 의미로 사용되는 수작(酬酌)이라는 말도 원 뜻은 주객이 서로 술을 권한다는 뜻이었지만 말을 주고받는다는 뜻으로 변하고 현재는 더 좋지 못한 뜻으로 변화가 된 것이라 한다.

옛날 주주객반(主酒客飯)이라 하여 주인은 객에게 술을 권하고 객은 주인에게 밥을 권하는 예절로 객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어, 잔을 주고 받는 일을 하나의 예로 알아왔던 것이며 현재 술잔을 돌리는 정겨운 주도는 이와 연관된 것 이라고도 하며, 행배(行杯)혹은 행주(行酒)라는 단어는 잔에 술을 부어 돌리는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도 하며 이 행주는 한나라 유장이 오태후에게 술을 올리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당나라 때는 무신들이나 궁중연회에 의레히 이 행주가 따랐으며 그 권주잔은 반드시 비우고 되돌려주는 반배(返杯)라는 화답이 따라 왔다고 한다.

이렇듯 술은 좋든 싫든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하나의 문화흐름으로 보아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신문 및 각종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술과 관련된 얘기는 나를 때때로 슬프게 만들기도 한다. 사업의 수단, 청탁의 수단으로 돈과 때때로 사용되는 것이 술이며, 우리의 자녀들이 어린 나이에 술과 담배에 찌들어 좋지 못한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으며, 술을 이익의 수단으로 삼아 가짜 술까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마시며 대화를 안주 삼아 술 그 자체의 맛과 멋을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술 마시는 양식도 엄연한 문화의 한 형태로서 그 사회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의 소중한 음주문화(飮酒文化)가 우리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는지. 그 옛날 선조들의 모습에서 나왔던 삶의 여유와 삶의 미학이 ‘빨리빨리’라는 문화를 만들어낸 각박해진 우리의 현실에 얼마나 커다란 소중함을 안겨줄 수 있는지….

2006년 병술년(丙戌年)에는 삶의 여유와 웃음이 넘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꿈꾸는 내 모습이 보여 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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