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곧이어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라는 우스꽝스러운 유행어가 생긴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웰빙에 대한 의미를 ‘즐기다’, ‘논다’로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인에게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복지와 더불어 문화예술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경제적 풍요로움에만 목말라있고 복지환경 개선과 문화예술분야에 젖어들 여유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독일유학시절 경험하고 느꼈던 우리들과는 다른 그들의 모습은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닌 성숙한 사회환경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환경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원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 주말이면 가족들끼리 여행이나 운동을 즐기고 공연장과 갤러리엔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다. 열차가 지연된다거나 철로 위에서 수 십분 동안 정체되어 있어도 그들은 결코 화내거나 당황하지 않고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아마도 이러한 여유로움과 성숙함은 그들의 풍요로운 문화예술적 환경 때문인 듯싶다.
그럼 이 지역 문화예술환경은 어떠한가?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전문적이며 다채로운 기획력으로 항상 볼만한 공연과 전시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 시립예술단과 연정국악원, 그 외 여러 민간문화예술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하면 열악하지만 다른 광역시에 비하면 그나마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지금도 오페라를 보고 그림을 감상하고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등의 문화예술생활을 삶의 사치로 생각하는 의식으로 인해 공연장을 못 찾는 낯섦이 ‘걸림돌’이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교육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공유할 수 있다. 웰빙족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참살기’는 문화예술을 즐김으로써 비로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분야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조금은 이해 안되고 지루했던 오페라 때문에 문화생활을 포기하지 말고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소극장연극을 본다든지 아니면 발레나 무용공연장을 찾는다든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처럼 자기자신의 적성에 맞는 장르를 찾아 즐길 수 있는 ‘맞춤형 문화예술행위’를 할 필요도 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숲 속을 산책하듯 문화예술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준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문화예술을 향유(享有)하며 ‘참살기’와 ‘아름다운 삶’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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