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한파 속에 노점상인들의 하루는 혹독한 겨울나기로 시작된다. 28일 대전역 인근 거리에서 상인들이 추위를 이기며 손님을 한 없이 기다리고 있다. 지영철 기자 |
좋은곳 선점 잦은다툼… 범죄자 전락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에 구청의 단속, 자리싸움까지… 사는 것 자체가 전쟁 이지요.”
겨울로 들어서자마자 하루, 이틀 걸러 내리는 눈과 살을 에는 칼추위가 계속되면서 노점상인들은 여느 시민들보다 혹독한 겨울나기를 치르고 있다. 재래시장 통이나 아파트단지 주변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은 대전에서만 동구 790곳, 중구 600곳, 서구 550곳, 유성구 620곳, 대덕구 190곳 등 모두 2750곳에 달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점상 치고 눈오고 추운 날씨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이런 날이 많을수록 거리에 사람들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는 노점상들에게는 곧 돈벌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형할인점이 아파트 주변에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노점상들은 더욱 수입이 줄었다.
대전역 인근에서 파, 마늘, 나물 등을 파는 김 모(60) 할머니는 “며칠 전 눈이 많이 올 때는 아예 공쳤다”며 “추운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지 (손님을)구경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 말고도 겨울철 노점상을 힘들게 하는 것은 구청의 단속. 노점은 도로법 상 도로무단점유 규정에 따라 불법이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출동하는 구청 단속반은 이들에게 저승사자와도 같다.
단속반이 나타나면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기지만 사라지면 이내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숨바꼭질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이어진다.
자동차 시트와 인형 등을 파는 최 모(39)씨는 “단속반에 밀려 이리저리 손수레를 끌며 옮겨 다니면 추운날씨로 손바닥에 피멍이 들기 일쑤다”라며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노점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점상끼리의 피 말리는 자리싸움도 이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 자리싸움 때문에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수두룩해 노점상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더욱 처절하다.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원내동에서 노점상 박 모(56)씨는 인근 노점상 유 모(30)씨와 서로 목 좋은 곳을 차지하려 싸움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런 경우를 포함, 구청단속에 따른 벌금까지 내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과가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노점상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전국노점상연합 관계자는 “생계형 노점상에 대한 무차별적인 단속보다는 이들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활성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 단속관계자는 “노점상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으로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형 노점상이 아닌 생계형 노점상의 경우 단속하기가 미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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