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세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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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세밑에서

  • 승인 2005-12-28 00:00
  • 김수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자치분권국장김수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자치분권국장
새해 첫머리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세밑입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늘 세월 막을 수 없는 것이 삶의 이치라지만 세월의 속도가 가히 빠르게만 느껴집니다. 요즘 TV에서 본 어떤 광고 카피가 떠오릅니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가슴 떨리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얼마나 용기와 열정을 갖고 치열하게 살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봅니다.

20대 청년 시절은 시대와의 불화까지도 사랑했던 열정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비록 거칠고 서툴렀지만, 순간을 사랑했고 고투를 피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이제는 세상에 길들여지고, 타협하려 하고, 안주하려 하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의 길목에 서있습니다. 소박한 성찰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올해 가장 안타까운 기억은 지난 6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전 현충원 방문을 막지 못했던 것입니다. 방송사 기자로부터 방문 소식을 듣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보다 도착이 늦어 그들의 현충원 참배를 결과적으로 막지 못했습니다.

12·12 군사쿠테타로 국권을 유린하고, 무고한 광주시민을 잔인하게 학살하며 정권을 찬탈한 사람이 호젓하게 현충원을 방문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호국영령이 잠들어계신 현충원 방문을 막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참배하고 나오는 차를 몸으로 막아내고 목놓아 외쳐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를 아직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었습니다.

올해 가장 가슴떨리던 기억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합헌결정을 선고받던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1일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13개월동안의 눈물겨운 투쟁의 성과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전국이 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합헌결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고 또 싸웠습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견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민과 관이라는 구분 또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의 사소한 오해와 갈등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충청권의 단결이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습니다. 특히, 정견의 차이를 떠나 혼연일체가 되었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범대전시민연대, 범충남도민연대, 범충북도민연대, 연기군 비상대책위 동지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저밉니다. 고맙고 자랑스러운 분들이고 모두가 새해에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올 겨울도 사랑의 열매와 구세군 자선냄비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사랑의 온기를 나눌 것을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메아리의 울림은 그리 크지가 않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칭송을 받지만 삶의 실상은 고단하고 힘겹기만 합니다. 민생경제는 살아날 줄 모르고, 이웃들간의 삶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신빈곤층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무한경쟁과 속도전에서 탈락한 사람이 설 자리는 더욱 작아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경제와 복지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모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절실합니다. 모쪼록 새해에는 모두가 새롭게 도전하는 한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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