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삶의 향기… 열정만은 고스란히

진한 삶의 향기… 열정만은 고스란히

<2005 대전. 충남 올해의 잠든 별들>

  • 승인 2005-12-27 00:00
  • 정리=맹창호 기자정리=맹창호 기자
을유년 한 해 대전충남 지역에서도 유명을 달리한 원로와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각계에서 명성을 드높이기도 하고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해 세상을 밝히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본보는 지면을 통해 이들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본다.


헌법위원. 국정자문위원등 역임

▲유태흥 前 대법원장=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 1월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홍성출신의 고 유 전 대법원장은 일본 간사이(關西)대 전문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48년 변호사시험 합격 대전지법 홍성지원장, 서울지법. 서울민사지법.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형사지법원장, 서울고법원장, 대법원 판사, 헌법위원, 대법원장, 국정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고 유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조근정훈장과 수교훈장광화대장을 수여받았다.



지역 사학계 원로… ‘대성학원’ 설립

▲안기석 박사=지역 사학계(私學界)의 원로로 학교법인 대성학원을 설립한 계남 안기석 박사가 2월1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 안기석 박사는 안창호 선생 6촌 동생으로 고당 조만식 선생의 조카사위다. 김구 선생의 추천으로 중국유학길에 올라 주기철 목사와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

평안남도 대동군 남농면 출신의 고 안기석 박사는 상해 국립제남대학교 법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평양 백합보육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서울 숭신중학교 교감, 기독신문사 편집국장, 부강고등공민학교 교장 등을 거쳐 1954년 학교법인 대성학원을 설립, 대성중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대전 로타리클럽 창립멤버이며 대전 YMCA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92년 대통령 표창, 93년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장 공로상, 99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사랑’ 작곡. 사립교향악단 초대 지휘

▲작곡가 정두영교수=‘사랑’의 작곡가이자 대전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 정두영 전 침례신학대학 교수가 2월2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정 교수는 39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61년 도미해 맨해튼 음대, 이스트만음대, 피바디 음악원에서 플루트와 이론, 지휘를 전공했다.

KBS 교향악단 전임지휘자, 수원시향, 코리안심포니 지휘자를 역임했으며 목원대를 거쳐 87년부터 침신대 교회음악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음악발전에 공헌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고, 플루트연주자로, 지휘자로, 대전시향의 창단 멤버로서 대전을 대표하는 원로 음악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투병중에도 의장직 수행

▲가기순 태안군의회 의장= 태안군의회 가기순 의장이 3월1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고(故) 가기순 태안군의회 의장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가족 외에는 지병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의장직을 수행해 온 사실이 알려져 고인의 곧은 품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면체육회 상임부회장, 몽산포 번영회장, 태안반도관광연합회 부회장, 바르게살기운동 남면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2년 6월 초선으로 군 의회에 진출, 지난해 7월부터 후반기 의장을 맡아 왔다.



서산출신… 100여편 작품 남겨

▲원로 배우 김무생씨= 근엄한 목소리와 선 굵은 연기로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원로 배우 김무생씨가 4월16일 폐렴으로 타계했다. 향년 63세. 서산출신으로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김 씨는 1963년 TBC 성우 1기로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드라마 ‘청춘의 덫’ ‘용의 눈물’, ‘태양인 이제마’ ‘제국의 아침’ ‘옥탑방 고양이’ 등과 영화 ‘둘도 없는 너’ ‘고독이 몸부림칠 때’ 등 100여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고 김무생씨의 둘째아들 주혁(35)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배우생활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한 자동차 보험회사 광고에 나란히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신장애인 돕기 평생 헌신

▲신생원 설립자 박연룡씨= 평생을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해온 신생원(신생병원) 설립자인 죽전 박연룡씨가 6월18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평남 맹산군 지덕면에서 출생한 고 박연룡 씨는 51년 1?후퇴 당시 월남, 대전에 정착해 대전역전 등에서 떠돌이로 전전하는 부랑아들을 모아 당시 학하리에 움막집을 짓고 오늘의 신생원을 설립했다. 1987년 정신질환자 전문치료기관인 신생병원을 설립, 수용과 치료를 병행하는 사회복지시설로 발전시켜 97년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이북 5도 연합회장(대전), 평남 중앙도민회 부회장, 민통협의회장(대전), 대전시의원, 평남도민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고 박연룡씨는 충남개발위원회 이사, 범민족 올림픽추진대전시위원회 부위원장, 충남개발위원회 부위원장,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 대전세계엑스포 추진 대전시위원, 대전시 의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부인회충남지부장 등 활동 왕성

▲조남계 충남도의원= 조남계 충남도 의원이 6월19일 부여중앙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4세. 부여 출신으로 대전대 대학원을 수료한 조 의원은 충남여성단체협의회장과 충남도 여성정책심의 부위원장, 한국부인회 충남지부장, 충남 사회복지협의회 이사, 충남도 여성정책개발원 이사장, 충남공동모금회 이사, 부여노인전문요양원 이사장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2002년 6·13 지방선거 당시 자민련(비례대표) 소속 충남도의원에 당선돼 교육사회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광복군 활동 건국훈장 애국장

▲송석형 선생= 광복군으로 활동한 애국지사 송석형 선생이 7월 22일 대전보훈병원에서 별세,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제3묘역에 안장됐다.

향년 86세. 송 선생은 1919년 3월 대전에서 출생해 일제강점기 광복군 제2지대로 입대, 한미특수훈련인 OSS훈련반에서 특수훈련 무기반을 수료하고 간부대원으로 활동했다. 1977년 정부로부터 건국포장, 90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목숨걸고 재판” 인권 등 앞장

▲대전고법 제1형사부 한기택 부장판사= 후배 법관들에게 ‘목숨을 걸고 재판을 하자’고 역설해 온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7월24일 말레이시아에서 휴가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46세.

차관급인 한 부장판사는 제공받은 관용차를 부인과 가족에게 ‘단 1초’도 태워주지 않을 만큼 공직도리를 강조했다. 2003년 3월 법무부가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배우자에 대해 중국에 두고 온 성인 자녀의 한국 초청을 막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어긋난다는 판결과 2002년 5월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자살한 육군 모 포병부대 이등병 엄모 씨에 대해 “가혹행위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은 직무수행과 관련이 깊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판결을 내려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 때 해당 공직자의 직계 존·비속이 재산등록을 거부할 경우 거부 사유와 거부자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구 기증’ 실천적불교 몸소 실천

▲법장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31대 총무원장 법장(속명 김계호)스님이 지난 9월 11일 64세(법랍 45세)의 일기로 입적했다. 법장스님은 1960년 수덕사에 입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 재무부장, 선거관리위원, 제7교구 본사 수덕사 주지를 역임했다.

스님은 실천적불교의 위상정립을 위해 힘써 1986년부터 ‘교도소 재소자에 대한 교화사업’과 1994년 창립된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법장스님은 법구(法軀·시신)를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해 오랜 전통의 불교장례의식인 다비(茶毘·화장)식을 치르지 않은 채 장례식이 열렸다. 수님의 장례식이 열린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영결식장 하늘에 무지개가 뜨는 이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교육. 의료 업적

▲대전보건大 설립자 이기석 학장= 대전보건대학 설립자이자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관장인 이기석 학장이 지난 9월 27일 별세했다. 청양 태생으로 지난 1956년 대전 동구 중동에 이안과 의원을 개원한 후 뛰어난 의술로 시민들에게 인술(仁術)을 베풀면서 불우한 이웃을 위해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왔다.

1977년 청운학원과 대전보건대학을 설립해 수많은 보건전문 인력을 배출, 지역 의료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설립 등 교육, 의료, 문화 분야에서 입지전적인 업적을 남겼다. 대전시는 고 이기석 박사에게 대전의 교육·의료 발전에 남긴 업적을 기리는 ‘시민대상 화합장’을 추서했다.



지역 교육발전 공헌 ‘시민대상화합장’

▲학교법인 우송학원 김정우 이사장= 1954년 동아학원을 설립해 자립, 단정, 독행의 교육관으로 반세기 동안 지역의 인재양성에 기여한 김정우 우송학원 이사장이 10월 10일 별세했다. 고 김정우 이사장은 우송예술회관과 우송도서정보센터를 개관해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지역의 새로운 공연문화 정착과 지식정보화에 대한 욕구에 부응하는 등 지역문화 창달에 크게 공헌했다.

유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신 개념의 복지기관인 ‘우송 솔도라도웰빙센터’를 건립해 지역사회 복지발전에도 기여했다. 대전시는 지역 교육발전에 공헌한 우송 김정우 이사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민대상 화합장’을 추서했다.

이밖에 ▲박상종전 부여교육장(2월 21일)과 ▲김덕중 전동구청장(12월 1일)도 올해 스러진 지역계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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