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감기 정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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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감기 정복의 꿈

  • 승인 2005-12-27 00:00
  •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생물학연구실 선임연구원


만병의 근원 감기 !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20여종에 달한다.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이 주된 감기바이러스지만 라이노바이러스의 경우는 코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데 다시 백여 종의 아종이 존재한다. 다른 바이러스의 아종까지 합친다면 감기바이러스는 수백 종이 있는 셈이어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알기 어렵게 한다.

일반적으로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백신이지만 감기 바이러스들은 종류도 많고 유전적 구조가 불완전하여 자주 새로운 변종을 만들기 때문에 백신으로 예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나와 있는 감기치료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제들이 대부분이다. 콧물과 재채기를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 기침이 심하면 진해제나 기관확장제를 복용하고 가래가 있으면 거담제를 복용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복용하는 등이다. 이러한 약제들은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계속 존재하게 되고 감기증상은 다시 발생하게 된다.

결국 체내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길 때까지 감기증상은 지속되게 된다. 감기를 항생제로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바이러스들은 항생제에 의해 활성이 억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생제로는 감기바이러스를 치료할 수는 없다. 다만 바이러스가 감염된 세포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그렇게 되면 세균 감염도 될 수 있어 감기치료제 처방에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쉬’는 독감 치료제로 캡슐 약인 ‘타미플루’를 생산하고 있고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웰컴’은 흡입형 약인 ‘릴렌자’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타미플루와 릴렌자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는 효능을 발휘하지만 다른 감기 바이러스에는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부작용 발생이라는 단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기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약제들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천연물질에서 항바이러스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타미플루는 인도에 서식하는 나무열매가 함유하고 있던 쉬키믹산이라는 화합물을 변화시켜서 얻은 약제이다. 그러나 항바이러스능을 갖고 있는 식물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이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역시 효과적이지 못하여 감기치료제 개발이 안 되고 있는 이유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항바이러스기능을 갖고 있는 식물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으며 이 기술을 이용하여 천연물에서 감기바이러스들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고 있는데 근간의 연구결과는 감기바이러스 치료에 희망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도 사스라는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전세계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였고, 2005년에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성에 다시 직면하자 선진 각국은 새로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보다 효능이 뛰어나면서도 안전한 감기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였지만 우리나라는 뒷받침이 부족하여 상품화할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타미플루’의 예처럼 선진국의 의약을 복사, 판매하여 막대한 로열티 유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아쉽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만든 의약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한국의 신약으로 세계의약 시장을 주도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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