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들어와서 정치인의 말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속설(?)에 또 하나 추가할 사항이 늘어난 것 같다. 학자들이 하는 말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인은 그가 해야 할 일의 속성상, 그리고 선거에서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하지만, 학자는 정치인의 경우와는 다른데도 ‘진실’보다는 ‘거짓’을 말한다고 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 황우석 교수 파동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그리고 누가 거짓이고 누가 진실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학자는 돈을 좇는 사람도 아니고, 권력이 있는 자도 아니다. 학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문을 통해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을 실천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진실이 가치판단의 경우를 포함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찬반의 논란이 있겠지만, 그래도 학자는 자신이 가진 가치의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학자는 돈과 권력보다 명예와 진실을 더 높이 여겼다. 더구나 학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진실이 온 국민의 행복과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 이를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 학자의 길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황우석 교수 사태를 보면 같은 학자로서, 그리고 이번 사태가 전개되어 가는 것을 우려를 하며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물론 밝혀야 할 것은 밝혀서 마치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과 같은 관련 당사자들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우리가 가져야 하고 지켜야 할 것들은 모두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흔히 ‘진실’과 ‘거짓’을 이야기 할 때, ‘양심’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학자적 양심인가?
물론 모든 정치인이 하는 말이 모두가 ‘거짓’일 수는 없다. 정치인 역시 ‘거짓’보다는 ‘진실’을 토대로 해서 정치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경우도 있다. 또 정치인 역시 ‘진실’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말아야 하고 또한 정치적 생명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사실 지난 우리 정치사를 통해 보면 ‘진실’을 위해 소신 있는 정치를 펼친 정치인들이 많이 있다. 바로 이런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그 나마 우리 정치의 발전이 있었고 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다음 주면 2006년 새해가 밝아온다. 새해에는 우리 정치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정치권이 새롭게 짜여질 전망이고 충청발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될 기세도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진실’과 ‘거짓’이라는 양극에서 쏠림현상을 나타낼 것이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판명하기 위한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과연 진실과 거짓의 사이에서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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