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외적 미모보다 본연의 美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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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외적 미모보다 본연의 美를

  • 승인 2005-12-26 00:00
  • 차상권 배재대 겸임교수. 조각가차상권 배재대 겸임교수. 조각가
요즘 취업전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 플러스 미모라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주변에서는 성형수술을 한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방학이 끝나고 성형수술로 모습이 달라진 친구들의 환골탈태(換骨奪胎)할 만큼의 변화에도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고 한다.

취업을 할 때 인터뷰 비중이 높아지고, 미모에 대한 평가가 더욱 강화되면서 콧등을 높이고 쌍꺼풀의 눈과 튀어나온 광대뼈를 낮추는 성형 수술로 외적미모에 더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함이라 한다. 성형된 외모의 미적기준은 서구적 미적 기준을 따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원래 서양과 동양에서 추구하는 미적기준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이 있다. 르네상스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많은 시신을 해부하여 기록하면서 인체에 대한 신비와 균형과 비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고 황금비례 법칙인 캐논(기준)을 마련하였다. 이 캐논은 수학자이기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리스시대의 폴리클레이토스라는 조각가와 로마시대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구전된 이론을 집적하여 발전시켰으며, 이 후 만물의 척도는 곧 인체라고 생각한 것도 이 신수 비례법에 근거를 두고 한 말이다.

이때부터 인체 제작은 8등신으로 제작되었고, 얼굴 또한 황금비를 기준으로 표현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캐논에 기초하여 제작한 모나리자상은 그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오늘날 서양인들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색깔이나 조형미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미적기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의 선조들은 두상이 둥글 넙적한 얼굴을 선호하였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 예로 삼국사기 변진조란에는 삼한시대의 진한 사람들이 산모가 진통을 겪기 시작하면 넓적한 호박돌 2개를 준비하였다가 아기가 출산된 즉시 이 호박돌로 이마와 뒤통수에 맞대고 눌러 넓적한 형태의 두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아직 골화되지 않는 신생아의 머리 앞뒤를 누르면 넓적한 형태의 두상을 가진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옛말에 둥글 넙적하고 복스러운 생김새가 현모양처감이라고 한 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의 면류관이나 사모관 등의 형틀을 보면 뒤통수가 넓적하고 좌우가 넓은 형태의 모양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양인들이 외모에 대한 형식미를 선호하였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미를 중시하여 평화롭고 인간미가 있는, 인공의 가식이 없는 순수한 자연미를 나타내려는 내용미를 선호하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서양에 캐논이 있다면 한국은 “알같다”는 말이 있다. 즉 본연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정형에 치우친 형식미는 쉽게 실증을 느끼지만 은근한 내용미는 보면 볼수록 그 진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진정 아름다움을 가지고 싶다면 외모보다는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 그리고 내적 아름다움을 가꾸어 ‘형식적 외모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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