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 행정부장 |
올해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합헌 결정,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 대전 동-서 100년간의 단절을 허문 대전역 지하차도 개통 등 지역발전을 선도할 굵직한 현안들이 해결되는 매우 의미 있는 한해였다. 물론 경부고속철도 대전도심 통과구간 건설방안 등 일부 표류하는 지역 내 국책사업도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과학계가 ‘황우석 파문’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갖가지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새해 예산안 심의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같은 절박한 과제를 외면한 채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립중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을유년. 국민들은 2005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는 지난 11개월이 보람과 회한의 시간으로 점철됐다. 어려운 역경에 처한 사람도 있고, 영광을 안은 사람도 있다. 불행해진 사람도 있고, 비극에 빠진 이웃도 있다.
그러나 올 한 해 우리가 겪었던 기쁨(喜)과 슬픔(悲), 두려움(恐)과 걱정(憂), 놀라움(驚) 등은 머지않아 마감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섣달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로 삼았다.
예조(禮曹)에서는 12월 1일 조관(朝官)의 성적을 매겨 임금에게 올렸고, 이것을 세초(歲抄)라 했다. 임금은 이를 토대로 관리의 성적을 평가해 공이 큰 신하는 등용을 하고, 업적이 없는 신하는 파면했다.
한 해를 결산하기 위한 것이다.
또 섣달에는 한 해를 보내면서 인정(人情)을 나누는 미덕(美德)이 있었다. 세찬(歲饌)이라 해서 도농(都農)간의 음식을 나누어 먹던 풍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자는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곳간을 열고, 나라에서는 불우한 노인을 위해 세찬을 내렸다. 임금은 서울 부근에 살았던 70세 이상의 조관과 그 부인에게 미곡이나 어류를 특별히 하사, 온정의 미덕을 솔선 실천했다.
8도의 절도사나 수령도 세찬으로 특산물을 서울로 보내 상·하간 세찬으로 즉답하는 미풍을 보였다 한다.
매년 이맘때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이웃돕기 창구에 독지가들의 발길은 뚝 끊긴지 오래다.
그런 가운데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매일 밤 붕어빵 장수로 변신한 충북 옥천의 젊은 신부(神父) 여성국씨(32)의 삶 이야기는 세밑 메말라가고 있는 우리사회에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한 자치단체에서 구두수선소를 운영하는 40대 장년이 어려운 이웃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한 사실이 구전으로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사회에 희망을 주는 소식들로, 혹한을 녹이는 훈훈한 인정이자 미덕이 아닐 수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 우리 주변에는 어둡고 절망적인 소식보다는 아름다운 미담들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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