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신춘문예, 그 쓴 잔을 마시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문화초대석] 신춘문예, 그 쓴 잔을 마시며

  • 승인 2005-12-19 00:00
  • 황진성 시인·오정문학회장황진성 시인·오정문학회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문학 지망생들은 마음이 분주해 진다. 한 해 또는 수년에 걸쳐 습작한 작품을 들고 신문사를 기웃거리게 된다.

그야말로 문학에 큰 뜻을 품고 신춘문예 그 고지(高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올해는 설마 하면서 원고를 제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고배(苦杯)일 뿐. 당선통지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연말이 되면 쓰라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깊은 회의에 빠지는 것이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자책도 해가며. 그러나 반드시 그래서 낙선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신춘문예란 것이 고시보다 문턱이 더 높아 몇 백 명이 오든 몇 천 명이 오든 단 한 명만 살아남는 그야말로 지독한 생존경쟁의 문이기 때문이다.

본선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대부분 훌륭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다. 거기서부터는 운이 작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서 활동하는 작가는 10%도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나머지는 1월 1일자 신문으로 화려하게 등단하고 그뿐으로 끝이라는 것이다 .

신춘문예가 우리 문단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문단의 미아(迷兒)도 많이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긴 습작의 기간 없이 일년 내내 신춘문예용 글만 서너 편을 써서 다듬어 당선 되는 경우에는 더 뻗어 나갈 역량이 없을 것이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들은 대부분 무난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가 문학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선망의 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 문학을 사랑한다면 신춘문예용 글이 아닌 과감한 실험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해서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어디서든지 길이 열릴 것이고 등단 후에도 더 많은 지면을 확보 할 수 있는 좋은 문예지(文藝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모(母)지(誌)가 있다는 것이 매우 든든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올 해도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마음 아파하는 문청들에게 이 글이 다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문학의 길을 가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예전에 유명한 시인이자 문창과 교수가 백번도 더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을 때 힘을 얻은 기억이 있다. 내년에는 또 새 해가 뜨지 않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