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문학에 큰 뜻을 품고 신춘문예 그 고지(高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올해는 설마 하면서 원고를 제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고배(苦杯)일 뿐. 당선통지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연말이 되면 쓰라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깊은 회의에 빠지는 것이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자책도 해가며. 그러나 반드시 그래서 낙선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신춘문예란 것이 고시보다 문턱이 더 높아 몇 백 명이 오든 몇 천 명이 오든 단 한 명만 살아남는 그야말로 지독한 생존경쟁의 문이기 때문이다.
본선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대부분 훌륭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다. 거기서부터는 운이 작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서 활동하는 작가는 10%도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나머지는 1월 1일자 신문으로 화려하게 등단하고 그뿐으로 끝이라는 것이다 .
신춘문예가 우리 문단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문단의 미아(迷兒)도 많이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긴 습작의 기간 없이 일년 내내 신춘문예용 글만 서너 편을 써서 다듬어 당선 되는 경우에는 더 뻗어 나갈 역량이 없을 것이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들은 대부분 무난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가 문학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선망의 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 문학을 사랑한다면 신춘문예용 글이 아닌 과감한 실험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해서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어디서든지 길이 열릴 것이고 등단 후에도 더 많은 지면을 확보 할 수 있는 좋은 문예지(文藝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모(母)지(誌)가 있다는 것이 매우 든든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올 해도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마음 아파하는 문청들에게 이 글이 다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문학의 길을 가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예전에 유명한 시인이자 문창과 교수가 백번도 더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을 때 힘을 얻은 기억이 있다. 내년에는 또 새 해가 뜨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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