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정치부장 |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갖고 절로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충남도가 연내까지 이전 대상지를 결정하겠다는 처음의 약속만 없었다면 차라리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 것을 엊그제 나온 도의 입장을 헤아리면 헷갈림만 더해진다. 따지고 보면 도청이전문제에 대해 당초 출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겠다. 도청이전 문제는 분명 하루이틀전의 문제도 아니요 한해두해전의 일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청이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오면서 이전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야 그것도 한창 진행중인 문제를 두고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음은 왜일까? 행정도시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도청이 옮겨가는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 흔한 추진일정조차 확실치 않다면, 아니 지켜지지 않고 미뤄진다면 믿음은 곧 실망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도청이전에 대한 고민은 이때문이다.
연내 대상지를 발표하겠다는 도의 입장을 굳게 믿고 있었는데 이제와서는 아니란다. 하루아침에 일정상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속내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인 이유는 일부 지역에서 입지기준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심하게 반발, 설득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그것도 일선 시·군에서 도청이전에 대한 입지 및 평가기준을 전적으로 동의할때까지 말이다. 과연 그렇다면 일선 시·군에서 주장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는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니 한마디로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정답으로 생각하는게 차라리 속 편할지도 모른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충남도의 고위관계자는 “일선 시·군의 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도청이전작업은 어려워 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여기서 이전작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예 이전을 못할 수도 있다는 뜻- 도청이전을 위해 청내에 도청이전추진단을 만들고 외부기관으로 도청이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얼마 못가서 이런 말이 나온다니 실망이 커짐은 당연한 일 아닐까. 처음부터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라도 했다면 너무 일방적인 생각일까. 어차피 이제 모양새를 보아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판이다. 각기 다른 입장과 기준을 놓고 동의절차를 거친다는 것은 명분상 좋은 이유가 될 지 모른다.
하지만 100% 동의는 처음부터 기대해선 곤란하다.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라면 일부의 반발이 있을지라도 밀고 나가야한다. 그것이 곧 명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두고 명분을 위해선 때로 강하게 밀어붙여야함을 체험했다. 진정 도청이전이 변하지 않는 대세라면 정해진 길을 가야만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상의 변화가 온다면 사사건건 그럴 수 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이럴때는 이래서 미뤄지고 저럴 경우 저래서 미뤄진다면 도청이전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도청이전 대상지 발표가 해를 넘기면 여러모로 더욱 더 곤란한 일만 생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각 지역별로 아마도 더한 명분 싸움이 전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다 그 반발감은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때가서는 지방선거이후로 또 미룰 것인가. 앞서도 밝혔듯이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면 시기적으로 연내 홍역을 치르는게 내년보다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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