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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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었다

■ 태풍

  • 승인 2005-12-16 00: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운명의 소용돌이
에서 만난 두 남자
분단의 현실이 남긴 분노와 그리움은 더해가고


‘태풍’은 선 굵은 감동의 드라마로 그 특별함이 더해진다. 한반도를 향해 거대한 분노를 간직한 해적 ‘씬’(장동건)과 적이지만 그에게 가슴 아픈 연민과 우정을 느끼는 해군 대위 ‘강세종’(이정재)의 관계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비극적인 현실과 맞물려 있다.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었던 두 남자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뼈아픈 슬픔을 나눠야만 하는 이 시대가 낳은 희생자들이다.

운항중이던 한 선박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국가정보원은 탈취당한 배에 위성유도장치인 리시버 키트가 실렸다는 사실과 탈취한 해적이 북한 출신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요원을 급파한다. 한반도를 날려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씬은 리시버 키트를 손에 넣고 오랜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20여년전,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하려 했으나 한국정부의 외면으로 북으로 돌려 보내지던 중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씬. 그의 가슴엔 오직 분노와 어릴 적 헤어진 누나, ‘최명주’(이미연)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있다.

남과 북, 모두에게 버림받고 분노의 화신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씬의 슬픈 과거사를 누나 최명주를 통해 알게 된 강세종의 냉철한 이성이 흔들린다. 하지만 강세종에게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조국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하는 임무가 있다.

영화전반에 흐르는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은 지금 우리의 당면과제이며 ‘태풍’이 모든 관객과 만나야 하는 이유다. 분단국가의 상처가 두 남자의 스토리 속에 고스란히 녹아나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한 소재가 아닌 점점 잊혀져 가는 분단의 현실에 세상이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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