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연말보다 따뜻한 이웃사랑 좋아

흥청망청 연말보다 따뜻한 이웃사랑 좋아

  • 승인 2005-12-16 00: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정상봉씨가 말하는 40~50代 송년회

송년회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오로지 ‘부어라, 마셔라’라는 말로 송년회 세상을 지배해온 주(酒) 나라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 ‘참살이(웰빙)와 나눔’이 주군(酒君)만이 독점해오던 송년회 문화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에서 불고 있는 참살이 열풍과 40∼50대층에서 일고 있는 나눔의 송년회 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충청하나銀 봉사동아리 6년째 이끌어
복지시설 직접 방문 희망나눔 천사로
회식 자리 줄이고 “소외이웃과 함께”



청하나은행 봉사동아리 ‘나누리’를 6년째 이끌고 있는 정상봉(47) 삼천동 지점장. 장기집권을 하고 있지만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장기집권이 갖가지 허물들을 양산해 온갖 비난을 받는 것과 달리 직원들은 그의 영구집권을 반긴다. 그가 집권한 이후로 이웃사랑에 대한 은행직원들의 관심이 높아진데다 회사 이미지 또한 반석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벌써 6년째다. 어느날, 한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만난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 자매를 잊을 수 없다. 6년전 그는 대덕구 대화동에서 일반 가정집 화장실만한 크기의 허름한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소녀가장을 만났다.

당시 그는 자신이 목격한 현장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어렵게 살고 있는 것도 모자라 부모도 없이 처참하게 내몰린 어린 자매들을 보며 그의 나눔의 삶은 시작됐다. 물론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어느새 어엿한 고등학생이 돼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정 지점장은 여전히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있다.

‘나누리’ 역시 이와 때를 같이한다. 여직원들의 제안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모두 700여명의 직원중 회비를 내는 이가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0여명을 육박한다. 정 지점장은 “처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자신이 힘들게 생활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힘든 사람의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하며 더 열심히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가 연말마다 직접 찾아가는 곳은 한 두 곳이 아니다. 행려자 시설인 사랑의 집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희망의 집과 행복한 집, 버려진 아기들을 보호하는 늘사랑 아기집, 초·중·고교 여학생들을 보호하는 나자렛집 등 무려 10여곳에 달한다. 매월 성금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그의 이웃사랑을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연말마다 온갖 물품들을 잔뜩 싣고 힘겨운 삶에 찌든 이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연말 때면 그 역시 정신없이 바쁘다. 개인 모임은 물론 지점장 역시 영업을 담당해야 하기에 거의 매일 술자리에 나가야 한다. 그나마 요즘에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매년 본부 팀장단과 지점장들의 부부 모임이 있었는데 올해는 취소됐단다. 연말에 가족은 물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자는 취지에서다. 연말 회식자리를 줄이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지점장으로 있는 삼천동 지점 역시 올해는 조금 덜 먹고 마시며 회비를 절약해 이웃들을 도와주자고 제안하려 한다. 직원들 역시 평소 지점장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행동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어 반드시 성공할 듯하다.

정 지점장은 “술 한 잔도 좋지만 함께 봉사하는 것도 회사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주로 술이 등장하는 송년문화를 한 번 바꾸면 생각과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말한다. “송년문화를 정말 바꾸고자 한다면 ‘연말에 우리 이렇게 합시다’라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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