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도 모 정치인이 김치에 납 성분이 함유되었다고 발표하여 국민들을 놀라게 한일이 있었다. 결론은 납 성분은 있지만 허용 기준 미달이라 아무 걱정 없이 김치를 먹어도 된다 하여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었다. 그러던 몇 달 후 이젠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하니 어떤 사람이 수입김치나, 사서 먹는 김치를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가장 우스운 것은 보건 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기생충 알은 고양이나 개의 것이고 미성숙란 이기 때문에 먹어도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고 기생충에 약만 복용하면 됩니다.’ 국민이 웃을 일이고 농민들과 김치 생산 업자들만 죽으란 이야기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는 성급한 보도와 대책 없는 사후 발표가 국민 모두를 건강 염려증 환자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김치공장은 사장이 한국 사람이고 공장 시설도 국내 공장에 비해 손색없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한다. 반대로 국내 김치 공장 중에서도 중국산 배추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써서 김치를 담그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국산김치이고 어디까지가 수입 김치일까? 토종 송아지를 키워도 한우이고 외국소를 국내에 들여와 일정기간 사육하다 잡으면 그것도 한우라 한다. 물론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당연히 깨끗하고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일련의 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건강 염려증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건강 염려증이란 자기의 건강에 대해 과민하게 걱정하는 일종의 마음의 병이었다. 예전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아주 극소수 사람들에게 해당되었던 것이었지만 요즈음은 사회 전염병처럼 바뀐듯하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검증하지 않은 성급한 국가 기관의 발표와 언론 매체의 특종성 기사발표가 한 몫을 했다고 안할 수 없다. 여기에 자신과 가정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사회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언제 이런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절이 올까? 그나마 이러한 사회적 건강 염려증에서 다행인 것은 걱정을 많이 하는 만큼 잊어버리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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