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돕고 알뜰쇼핑 “희망을 팝니다”

이웃돕고 알뜰쇼핑 “희망을 팝니다”

아름다운 가게 - 대전둔산점

  • 승인 2005-12-10 00:00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 대전시 서구 둔산동 캐피탈타워 지하 1층에 마련된 아름다운 가게 내부 전경
▲ 대전시 서구 둔산동 캐피탈타워 지하 1층에 마련된 아름다운 가게 내부 전경
“기증한 물품이 다시 판매돼 불우이웃까지 도와 마음 뿌듯”
“치마 한벌 사는데 돈 아끼고 좋은 일에 쓰이니 기쁨 두배”

버리기 아까운 재활용품 기증받아 재판매
수익금 전액 양로·보육원 소외계층 도와
전국 54개 점포… 작년 9월 둔산점 개점
추위 잊은 자원봉사 “사랑은 도는 거예요”





“베푸는 게 이렇게 기쁜 줄 미처 몰랐네요. 게다가 제가 기증한 물품이 다시 판매돼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니 마음까지 뿌듯하네요.”

직장인 황영순(32·여)씨는 지난달 아름다운 가게에 처음으로 자신의 물품을 기증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옷가지와 생필품 등 10여가지를 기증하면서 이곳에서 말하는 ‘기증천사’가 된 것이다.
황 씨는 “돈으로 환산해도 얼마 되지 않고 별 쓸모가 없는 것이어서 버리려고 하다가 우연히 아름가운 가게를 알게 돼 기증하게 됐다”며 “나눔의 정이 이렇게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드는 줄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행복감을 내비쳤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캐피탈타워 지하 1층에 마련된 40여평의 매장 안에는 아름다운 나눔들로 가득차 있다.
기업체나 관공서, 일반 시민들로부터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그 판매수익으로 이웃돕기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점차 소식이 알려지면서 물건을 기증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옷가게를 하다가 문을 닫게 된 김 모(48·여) 사장은 여성복을 기증했고 인근 물류센터에서는 화장지 등 생필품을 기증하는 등 나눔의 정이 따뜻하게 번져 나가고 있다.

가게 안에는 기증천사들이 기증한 옷과 책, 신발, 가방, 장식품, 유아용품, 액세서리, 소형 가전제품, 레저용품,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재활용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진열된 물건은 최저 100원부터 1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 판매된 수익금은 전액 양로원이나 노숙자 쉼터, 보육원 등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된다.
아름다운 가게는 매일 6∼7명의 ‘활동천사’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손길을 보태고 있으며 휴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기업체나 관공서, 일반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 관리부터 판매, 수선, 물류수송 등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이 모(23·여)씨는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뿌듯한 기분이 들어 계속 하게 된다”며 “동네마다 좋은 장소에 아름다운 가게가 있어 서로 봉사도 하고 사랑방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게는 지난 2002년 10월 17일 서울 안국점이 1호점으로 탄생한 이래 지난해 9월 3일 문을 연 대전둔산점 등 최근까지 전국에서 모두 54개의 점포가 세포분열 하듯 아름다운 나눔을 퍼트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초창기에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자선활동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러한 경험이 다소 미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게는 그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많은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당당하게 상생(相生)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구매천사’가 된 대학생 김희진(23·여)씨는 “호기심에 들렀는데 물건들이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치마 한 벌을 샀는데 돈도 아끼고 불우이웃도 도왔다는 마음에 흐뭇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이같은 뜨거운 호응 속에 계속해서 점포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오는 23일 대전역 앞 옛 산업은행 자리에 대전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서점까지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탁영순(43·여) 둔산점 매니저는 “아름다운 가게는 현금이나 새 물품의 기부가 아닌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다시 재탄생시켜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며 “재활용 과정에서 제품을 손질하느라 잠도 못자가며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과 매장 운영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활동천사’들이다”고 말했다.

탁 매니저는 또 “세상에는 여러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미(美)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더욱 사람을 풍요롭게, 아름답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나눔의 미학일 것”이라며 “풍족해서 나누는 것 보다 다소 부족한 듯 하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해 베풀어 주는 나눔이 더욱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 대우건설 직원들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1일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대우건설 직원들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1일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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