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달랑 남겨진 12월의 달력 한 장이 세밑의 스산함을 더해 주는 듯 합니다. 우리네 서민들의 생각도 이러하건만 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쓸쓸함은 어떠하겠는지요. 이에 본보는 외로운 이들과 함께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나눔 문화’ 즉 ‘기부 문화’의 일면을 들여다보노라면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은 듯 합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의 기부행위 또는 일부 독지가의 기부행위가 주류를 이뤘지만 이젠 다소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여러 단체나 집단을 중심으로 나눔 문화를 실천해감은 물론 사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도 이에 동참, 나눔 문화 자체가 일반화돼 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서민들이 사회와 이웃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키워가려 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세군 충청지방본영에서 모금한 지난해 사랑의 성금 액은 1억1600여 만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세밑의 짧은 기간 동안 거리의 자선냄비에 모금된 액수입니다.
김운호 구세군 충청지방본영 지방관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서민층에 의해 모금되는 성금”이라며 “기탁된 성금은 시설수용 아동 또는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소중하게 쓰인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같은 성금 모금을 위해 2500여명의 봉사자들은 추운 겨울 자선냄비가 놓인 거리에서 2시간 이상씩 추위와 싸워야 하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합니다. 나눔 문화를 실천해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봉사자들의 노고가 숨어있답니다.
구세군 충청지방본영의 올 겨울 성금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000만원이 늘어난 1억2600만원인데 이 액수를 모금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봉사자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며 또 자선냄비에 얼마나 많은 고사리 손길이 이어져야 하는지요. 우리들의 외로운 이웃에 대한 사랑의 불씨를 따뜻하게 피우는 일이 이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 봅니다.
나눔 문화가 점차 보편화돼 가고 있음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도 쉽게 느낄 수 있지요. 지난해 9월 오픈한 대전 둔산점의 경우 가게 운영 수익금으로 올 상반기 동안 개인 18명, 단체 5곳에 3000만원 상당의 정성 어린 성금 또는 물품을 전달했으며 이번 하반기에도 개인 50여명, 단체 1곳에 5000만원 상당의 성금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는군요. 특히 ‘아름다운 가게’ 운동은 나눔 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은 물론 생활 용품의 재활용 및 이에 대한 알뜰구매 등에 대해서도 서민들의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요.
나눔 문화의 확산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비프랜드(befriend)’운동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는 군요.
지난 7년 동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근무해오고 있는 박은희 과장은 “지난 99년 첫 모금을 시작할 당시 기업 또는 관공서 위주로 기부 행위에 참여했으나 이제는 서민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참여해오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자원봉사활동 등 몸으로 체험함으로써 나눔 문화를 터득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더 많은 사랑의 손길과 나누는 정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아울러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독거노인, 결식아동, 장애인 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 무엇인가를 나눌 수 있는지 오늘 잠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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