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뒤돌아보면 지나간 추억들이 떠올려 지기도 하고 후회와 반성도 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 떠오르는 말은 한해의 끝자락까지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며 올 수 있음에 대한 감사함이다. 지난날의 크고 작은 모든 일, 비록 그 일이 좋은 일이든 그렇지 못한 일이었든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오늘 이 시간이 있는 것이기에 주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일 것이다. 어찌 보면 감사함 속에 우리들의 마음이 있고 정이 있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첫눈 내린 이 계절에 우리 모두가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해를 보내고 새해는 맞이하는 그런 시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학교도 종강과 기말고사, 입시를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이 시기가 되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겨울 여행이다. 순 백색의 자연 산수가 그들 스스로 그렇게 그 자리에서 새롭게 변화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눈이 오기를 기다리고 겨울 여행의 상쾌한 느낌에 젖어 보기도 하는 계절인 것이다.
우리 주변의 자연산수를 찾아가는 겨울 여행은 때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때론 먼 곳에 가서 만나기도 하는데 눈 온 뒤 갑천 주변이나 계룡산, 대둔산의 산과 계곡,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농촌의 한적함 등으로 혼자 걷기도 하고 화우들과 함께 찾아다니기도 하면서 체험 사생을 한다.
설경은 자연 산수의 경물들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 주기도 하지만 순수의 세계에 동화 되는 느낌의 색다른 체험을 하기도 하고 채움과 비움에 대한 설경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설경을 화선지 위에 수묵으로 나타내 보면 채움보다 비워냄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우리의 생활도 비슷한 것으로 내가 가진 것을 덜어내는 비움의 아름다운 마음을 겨울 설경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듯도 하다. 이는 한점의 설경 그림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흰 공백이 대부분인 가운데 푸른 소나무 한 그루나, 깊은 계곡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를 주제로 구도를 잡는다든지 한적한 농촌의 설경을 서정적으로 풀어 놓은 듯한 그림들이 특징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겨울, 설경 속에 소나무를 즐겨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소나무가 지니고 있는 속성 때문인데 눈 속에서도 그 푸르름을 유지하고 그 형상이 강직하여 선비의 정신과 상통되는 의미와 부합되어 설경 속에 소나무가 주인공으로 자리 하는 것이다. 또한 눈 쌓인 공간은 비움의 마음으로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배려의 공간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나 이인상의 ‘설송도’ 등에서 작가의 심정이 설경 속 소나무로 대변되어 나타나는 간결한 소나무 그림을 대할 수 있는데, 이는 작가의 마음이 겨울 소나무의 이미지로 형상화 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겨울 자연 그대로 펼쳐지는 설경 속 소나무를 보며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이 계절에 아파트의 작은 화단에서, 주변의 산하에서 겨울의 소중한 선물인 설경 속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는 작은 여유가 우리의 눈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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