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행정도시와 화이부동(和而不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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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행정도시와 화이부동(和而不同)

  • 승인 2005-12-09 00:00
  • 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김용관 건양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행정중심 복합도시에 대한 위헌소송이 각하되면서 우리 지역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모두가 환호하는 의미는 우리가 사는 이곳이 장차 이 나라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많은 투자가 이어지고 물류나 산업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이면에는 당장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의 아픔이 숨어 있다. 원주민들로서는 대의를 위해 서슴없이 자신을 버릴 수 있지만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몰아내듯 하는 토지 수용에는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행정중심 복합 도시의 태동에 대해 원론적인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우리나라의 수도 전체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다. 충청 도민이 수도를 옮겨 달라고 매달린 것도 아니고 천도의 당위성을 적극 주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졌다. 수도 이전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수도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득을 본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애매한 우리만 나서서 머리를 깎고 깃발을 휘두르고 혈서를 쓰고 온통 목이 쉰 셈이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겨우 나온 것이 행정중심 복합 도시다. 청와대와 국회는 그대로 두고 대부분의 국가 기관을 옮겨 놓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수도권의 반발이 거세니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쓰고 공장 부지를 늘려 주는 등 선심성 정책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행정도시는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듯 이리저리 나누고 달래는 식의 정책으로 될 일이 아니다. 애초부터 서울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국책적인 발상에서 나온 일이다. 그러면 본질에 충실해야지 이리저리 떼어주고 나면 나중에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꼴이 되고 만다. 우리 충청 도민이 갖는 대표적 정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군자(君子)는 서로 뜻이 달라도 화합하고, 소인배는 부화뇌동할 뿐 화합하지 못한다. 동이불화(同而不和)다. 충청도가 양반 소리를 듣는 이유는 화이부동(和而不同)에 있다.

우리는 너무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일에 익숙해 왔다. 옳고 그르고 간에 같은 쪽을 편들고 다른 패를 배척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식 사고는 소인배 중의 소인배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고 싶다. 애초에 수도를 옮겨 달라고 애걸복걸 하지 않았듯이 더 온다 덜 온다 해도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꼭 옮겨야 하는 국책적 당위성이 제시된 이상 우리는 대의를 위하여 끝까지 싸울 각오는 되어있다.

남들이 보면 우유부단 한 것 같고 이익에 민감하지 못한 것 같지만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군자의 덕목이 바로 우리 충청도 양반의 자세인 것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듯 달래는 식의 행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대의를 위해 큰 틀로 접근해야 다음 정권까지 안심하고 이어질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민의를 버리고 마는 소인배 정치는 이제 그만 두기를 바란다. 우리 충청도 양반들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지 않고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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