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진위의혹을 제기한 방송사가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어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파멸적인 충돌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성과 못지않게 엄격한 윤리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와 학계는 연구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국내외의 윤리적 지적을 외면했고, 언론도 의혹을 재생산하는 선정보도에 치우쳐 민주적 통제와 감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논란으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이룩한 세계적인 연구 성과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절차상의 윤리 문제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 만큼, 생명과학분야는 물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윤리적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드러내는 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우리 모두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감성적인 국익론을 내세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는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고, 황 교수는 청소년들이 가장 닮고 싶은 과학자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황 교수가 늦게나마 자신의 문제를 고백한 것은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
오늘날 국민의 사표가 되어야 하는 공인에게 요구되는 우리 사회의 윤리적 요구는 가혹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 황 교수 못지않게 윤리적 사표가 되어야 할 대전시교육감이 부정선거 혐의로 1심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전시교육감이 황 교수처럼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공언은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그가 앞으로 구성될 ‘교직비리심사위원회’를 통해 교사들의 비리심사를 사실상 총괄하게 된다니 씁쓸하다. 혹시나 비리의 몸통이 깃털을 단죄하는 행태로 비춰져 지역민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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