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대전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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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대전의 숲

  • 승인 2005-12-07 00:00
  •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눈 뜨고 코 베가는 세상이라더니, 우성이산 자락이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깔끔하게 부지로 조성되었다. 굴삭기의 힘이 이렇게 크던가. 불과 며칠만에 무려 2만3000평이나 되는 숲이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우성이산은 대전엑스포 과학공원 뒷산으로 유성구 도룡동과 원촌동, 전민동에 걸쳐 야트막이 자리잡고 있다.

정감어린 우리네 뒷동산을 파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원들 동호인주택 150세대를 짓는다고 한다. 과연 2만 3천평을 150세대가 차지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 곳을 개발할 수 있는 조건과 여력이 되는 특수한 계층이 모여서 이루어진 일이다. 해당구청에서는 법적으로는 하자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에 어두웠고, 그 곳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시민들은 코가 베어지는데도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하는 의문에 왠지 씁쓸한 감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숲이 파괴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 후손들에게 너무도 미안하다.

몇 년전 대전 인근 숲에 대한 이야기를 부동산업을 하는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대전에서 부동산 작전세력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 우성이산과 월평공원이라고 하며, 몇 년째 꾸준하게 주판알을 튕기면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그 의미가 되새겨 진다. 올 봄에는 원인모를 산불이 나서 우성이산 5000여평을 태워먹고, 여름에는 엑스포전시구역 내 도룡동 주상복합아파트를 몇 층까지 짓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결국 39층까지 건립될 수 있도록 결정되면서 우성이산 조망권은 또다시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대전에서 숲을 파괴하는 일은 11월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대전 내동터널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다. 내동터널로 붙어있으나, 내용인즉 월평공원을 관통하는 도로인 것이다. 생태계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는 갑천을 끼고 자리 잡은 월평공원을 관통하여 도솔산 터널을 포함해서 2.1km이며, 왕복 10차선 규모로 시행된다고 한다.

그 동안 민자 유치계획이었으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니 이제는 서남부지역 택지개발의 주체인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대전시도시개발공사가 공동으로 시행한다고 나선 것이다. 공동으로 부담한 1000억원의 사업비는 토지조성원가에 반영되어 입주자들에게 전가된다고 한다. 대전 생태계의 보고인 갑천과 월평공원을 뚝 잘라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면서 공익을 앞세운 땅장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한편 월평공원 주변에서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숲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나무에 농약을 주입하거나 줄기를 벗겨내어 고사시키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매번 수사를 하고 원인자를 잡겠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단 한 번도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가 함께 숨 쉬는 이 도시. 끊임없는 개발수요와 개발 이익을 나누어 먹는 자들. 유린당하고 있는 우리의 숲. 잘 키운 우리 뒷산이 너덜 너덜 속살을 다 보여주면서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 작전을 짜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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