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들, 딸의 어머니 이름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씩은 차트에 쓰여있는 이름이다. 처음 내원시에는 한국말을 잘못하여 남편 손을 붙잡고 두려운 마음에 우리 병원에 오다가, 언제부터 인지 배도 점차 불러오고, 언제부터 인지 혼자서 오기도 했다. 그이후에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오기도 하였다.
언젠가 나는 “어디에서 오셨어요?”, “언제 한국에 오셨어요?” 하고 호기심 때문에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병원을 정해 놓고 다녀 5~6년씩 또는, 7~8년씩 단골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우리 간호사들이 대기실을 향하여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어색하게 부르던 이름들이 “상준이 엄마” “아람이 엄마” 등 큰 목소리의 친숙한 호칭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상준이 엄마는 한국에 온지 10여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친정엄마에게 간다고 약을 한달 치 달라고 하였다. 앳된 얼굴로, 고운 얼굴로 이국 땅 멀리 시집와서 친정엄마를 많이 그리워하였는지 친정 간다고 좋아 하면서도 그 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고 다시 상준이 엄마는 병원에 왔다. “상준이 엄마, 고향에 갔다 오니 좋아요?” 매우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럼 자주 갔다오세요” 했다. 그랬더니 특이한 인도네시아 말 어투로 “돈, 없잖아요”하고 대답한다. ‘아뿔싸, 그래 돈이 없구나.’ 그래서 친정 나들이를 시집온 지 10년 만에 한 것이구나….
북한의 동포도 우리의 동포다. 그렇지만 이국땅에서 비록 가난할지는 몰라도 마음만은 곱게자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조선족, 일본 처녀 그리고 우리 아들과 딸들의 엄마도 우리 동포다. 이제는 원한다면 그녀들에게도 아름다운 우리 말 이름 하나는 선사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말도 제대로 못한 다고 가끔 철없는 자녀들의 무시하는 차가운 눈길에 대한 보답으로 아름다운 우리 이름 하나 정도는 선사하여야 하지 않을까? 이하늘, 김버들, 등등.
또한 북한 동포에게의 수천억, 수조원의 경제 지원도 좋긴 하지만, 미래의 우리 아들, 딸을 낳고, 길러준 우리의 엄마들에게 그들의 친정 나들이 여비를 지원해 주고, 그들의 가슴에 한국산 컬러 TV니, 냉장고니, 에어컨이니 등등 한국산 전자 제품을 한아름 씩 안고 친정 나들이를 지원하면 그녀들의 가슴속에는 ‘ 그래 내가 그래도 한국에 시집가기를 잘했어’ 하는 뿌듯함이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미래의 우리 아들, 딸을 낳은 우리 엄마들을 위한 우리 이름갖기 운동 과 친정나들이 돕기 운동 본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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