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칼럼] 외국인 엄마들에게 이름을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메디컬칼럼] 외국인 엄마들에게 이름을

  • 승인 2005-12-06 00:00
  • 윤지석 씨앤유피부과 원장윤지석 씨앤유피부과 원장
아리오수렝, 라그와, 멜리타알라, 사에끼미까.
우리의 아들, 딸의 어머니 이름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씩은 차트에 쓰여있는 이름이다. 처음 내원시에는 한국말을 잘못하여 남편 손을 붙잡고 두려운 마음에 우리 병원에 오다가, 언제부터 인지 배도 점차 불러오고, 언제부터 인지 혼자서 오기도 했다. 그이후에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오기도 하였다.

언젠가 나는 “어디에서 오셨어요?”, “언제 한국에 오셨어요?” 하고 호기심 때문에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병원을 정해 놓고 다녀 5~6년씩 또는, 7~8년씩 단골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우리 간호사들이 대기실을 향하여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어색하게 부르던 이름들이 “상준이 엄마” “아람이 엄마” 등 큰 목소리의 친숙한 호칭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상준이 엄마는 한국에 온지 10여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친정엄마에게 간다고 약을 한달 치 달라고 하였다. 앳된 얼굴로, 고운 얼굴로 이국 땅 멀리 시집와서 친정엄마를 많이 그리워하였는지 친정 간다고 좋아 하면서도 그 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고 다시 상준이 엄마는 병원에 왔다. “상준이 엄마, 고향에 갔다 오니 좋아요?” 매우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럼 자주 갔다오세요” 했다. 그랬더니 특이한 인도네시아 말 어투로 “돈, 없잖아요”하고 대답한다. ‘아뿔싸, 그래 돈이 없구나.’ 그래서 친정 나들이를 시집온 지 10년 만에 한 것이구나….

북한의 동포도 우리의 동포다. 그렇지만 이국땅에서 비록 가난할지는 몰라도 마음만은 곱게자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조선족, 일본 처녀 그리고 우리 아들과 딸들의 엄마도 우리 동포다. 이제는 원한다면 그녀들에게도 아름다운 우리 말 이름 하나는 선사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말도 제대로 못한 다고 가끔 철없는 자녀들의 무시하는 차가운 눈길에 대한 보답으로 아름다운 우리 이름 하나 정도는 선사하여야 하지 않을까? 이하늘, 김버들, 등등.

또한 북한 동포에게의 수천억, 수조원의 경제 지원도 좋긴 하지만, 미래의 우리 아들, 딸을 낳고, 길러준 우리의 엄마들에게 그들의 친정 나들이 여비를 지원해 주고, 그들의 가슴에 한국산 컬러 TV니, 냉장고니, 에어컨이니 등등 한국산 전자 제품을 한아름 씩 안고 친정 나들이를 지원하면 그녀들의 가슴속에는 ‘ 그래 내가 그래도 한국에 시집가기를 잘했어’ 하는 뿌듯함이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미래의 우리 아들, 딸을 낳은 우리 엄마들을 위한 우리 이름갖기 운동 과 친정나들이 돕기 운동 본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길 고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