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쥐(치)포를 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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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쥐(치)포를 먹지 말자

  • 승인 2005-12-06 00:00
  • 한만갑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팀장한만갑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팀장
몇 년 만에 필자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나머지 더위도 사그라든다는 처서(處暑)에 외연도라는 섬으로 때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외연도는 보령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별도의 욕실과 에어컨이 딸린 번듯한 여관이 있는 곳은 그곳 뿐이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2층 선실의자에 짐을 내려놓고 밖을 내다보기 좋은 고물로 향했는데, 그 바다에는 흉측하게 생긴 직경 1m도 넘는 대형 해파리들이 떼로 유영하는 모습을 전보다 무척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윽고 외연도에 내리니 고깃배들이 멈춰있는 시계처럼 부두에 정박해 있고, 대낮부터 뱃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시름에 잠긴 채 애꿎은 소주병만 비우고 있었다. 어부들에 의하면 고유가만으로도 힘든데 해파리떼 때문에 도무지 생선이 잡히지 않고, 그나마 잡힌 생선도 해파리의 촉수에 찔려 상품가치가 없다는 한탄 섞인 푸념들이 대부분이었다. 70년도만 하더라도 제주나 삼천포 등지에서 쥐치가 그물에 걸리면 어부들이 재수없다고 밭에 내다버려 거름용도로나 쓰던 어종이었다.

전에 얼마나 흔했기에 장마다 꼴뚜기란 속담이 있을까마는 그 꼴뚜기보다도 맛이 없고, 이를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기분나쁘게 쥐가 내는 소리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쥐치로 이를 말려 가공한 것이 쥐(치)포다.

해류를 따라 무리지어 이동하는 멸치, 고등어에 비해서, 한 곳에 터잡고 모여사는 쥐치같은 저서성(底棲性)어류는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면 회복되기가 어렵다.

작년이던가 우연히 해파리의 천적은 ‘쥐치’라는 자료를 읽은 적이 있는데, 외연도에 사는 어민들도 그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일반 서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머리에 난 뿔 같은 것을 ‘치’라고 하는데 그것이 고무장화를 뚫고 들어와 사람의 피부를 상하게 할 정도로 쥐치는 강력하다고 한다. 게다가 날카로운 이빨로 해파리의 몸체를 사정없이 물어뜯어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쥐치는 해양생태계의 균형자 내지 청소부라는 것이다.

싹쓸이처럼 해파리떼가 지나가면, 생선뿐만 아니라 김양식장에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고 한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먹는 쥐포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고급 어족자원마저 고갈되는 게 현실이라면,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이런 심심풀이는 이제 그만두어도 좋지 않을까?

하나를 얻거나, 재미를 위해서 100을 잃는다면 우리 모두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30년 전만 해도 매년 10여 만t이나 잡히던 쥐치가 최근에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1000t도 잡히지 않아, 국내에서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쥐포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천적이 사라진 동남아에서 해파리가 걸러지지 않고 한반도 해역까지 와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인력과 경비를 들인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가만 놔두어도 밤낮으로 부지런하게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쥐치를 보호증식하는데 힘쓰고 쥐포소비를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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