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슬래브건물 2층집으로 바뀌어
“80번의 겨울을 보냈지만 올 겨울 만큼 따뜻한 날이 또 있겠습니까.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성탄의 종소리가 채 울려 퍼지기 전인 3일 대전 동구 성남동에 살던 정재기(81) 할아버지를 비롯한 6명의 가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선물’을 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회장 황선호) 회원들이 ‘사랑의 집짓기 둥지 2호’행사 일환으로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40년된 단독 슬래브를 16평 규모의 거실 및 방 3개가 딸린 2층집으로 신축해 줬기 때문이다.
새집은 예전 집에 비해 보기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춰, 어느해 보다 추울 것 같았던 올 겨울을 가족들이 포근하게 지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살던 집은 이곳 저곳에 균열이 생겨, 언제 쓰러질지 모를 상태로 여름에 비가 내리거나, 겨울에 눈이 쌓이면 가족들은 물론, 이웃들 까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집안 사정은 녹녹지 않았다. 큰 아들 정인호(48)씨는 신장장애 2급(신부전증)에 당뇨 합병으로 1주일에 3번씩 투석을 하며 입원해 있는데다, 큰 며느리는 고물을 수집해 고3, 중2, 초6년생인 3명의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책임지며, 근근히 생활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고물수집에 손이 다 튼 며느리 김예경(46)씨는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또 “새집이 생긴 것이 그저 꿈만 같다”며 “이웃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새집에서 첫날 밤을 지낸 가족들은 따뜻한 물과, 따뜻한 방에서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젠 눈이 내려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성남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아들 정용민군은 햇볕 드는 따뜻한 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은혜를 갚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날 밤 늦게 내린 함박눈이 이들의 새집 지붕위와 가슴에 따뜻하게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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