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여성회관 전통조리반 수강생들이 떡만들기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
오전 9시 50분, 대전시 서구 도마동 여성회관 전통조리반. 시끄러운줄만 알았다. 여성들, 그것도 이미 ‘수다’의 경지에 오른 ‘아줌마’들만이 가득함에도 좁은 조리실이 정숙(靜淑)을 넘어 엄숙하기까지 하다.
‘떡’을 만드는 강의지만 들리는 소리라고는 끓어 요동치는 물방울과 연기처럼 피어나는 ‘김’ 이 전부다. 모두들 남편과 아이들을 ‘깨워서 밥먹이는’ 아침전쟁을 치른 후라 그런지 피곤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의가 시작됐지만 고요함은 여전하다. 오늘은 ‘구름떡’을 만드는 날이다. 찹쌀, 팥, 대추, 밤, 호두 등 하나의 떡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재료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달콤함’만 강조하는 단순한 밀가루와 설탕, 버터가 아닌 모두 몸에 좋다는 재료들만 모였다.
대덕구 법동에서 수지침도 배우고 있는 서구 삼천동 박경재(49)씨. 그는 떡을 배우면서 달라진게 하나 있단다. 박씨는 “떡 만들기를 배우면서 사소하게 생각해온 우리의 음식재료 하나하나가 그렇게 유용하고 몸에 좋은 줄 몰랐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의 손놀림이 빠르다. 손에 든 식칼이 정교한 기계처럼 도마를 내리친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조리방법은 물론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사의 조리시범이 끝나자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조별 조리시간이 다가왔다.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대화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지만 그들에게는 ‘아줌마’들만의 언어소통 방법이 있는가보다.
강의 내용과 함께 그들이 보고 들었던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연신 쏟아내며 독창적인 떡을 만든다.
잠시 후 구름떡이 완성된다. 하지만 모양은 각 조마다 다르다. 물론 색깔도 차이가 있다. 그래도 맛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한다. 오늘 역시 뿌듯하게 ‘떡 배우기’를 마무리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전에 돌입하기 위한 생각에 미소지으며 강의실을 나선다.
최춘자(49) 강사는 “서구식 음식문화가 식탁을 점령해왔지만 요즘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며 “밀가루로 만든 ‘빵’ 보다는 쌀로 만든 ‘떡’이 식생활은 물론 쌀소비 촉진에도 톡톡히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