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희로애락과 함께…

한민족의 희로애락과 함께…

손끝으로 이어진 전통의 맛

  • 승인 2005-12-02 00:00
  • 김재수 기자김재수 기자
역사 속 우리의 떡

부족국가 때부터 만들어 먹은 것으로 전해져오는 떡은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우리 역사와 함께한 우리 고유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있었을 만큼 별식으로 꼽혀 왔다. 우리 떡의 시대적 변천을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떡먹는 절식풍속 역사기록에 나타나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 때부터 전래
고려 飮茶풍속 유행… 떡 발전 계기 조선, 야생초·꽃 첨가로 ‘각양각색’



<삼국시대>이전 시루·갈판·갈돌 등 유물 출토

대부분의 학자들은 삼국이 성립되기 이전인 부족국가 시대부터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시대에 떡의 주재료가 되는 곡물이 생산됐고, 떡을 만드는데 필요한 갈판과 갈돌, 시루가 당시의 유물로 출토되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은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황해도 봉산 지리탑의 신석기 유적지에는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드는데 쓰이는 갈돌이, 경기도 북변리와 동창리의 무문토기시대 유적지에서는 갈돌 이전 단계인 돌확이 발견된 바 있다. 그리고 나진 초도 조개더미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고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난 시루가 발견되기도 했다.

여기서 곡물을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찐 음식이라면 ‘시루떡’을 의미하며, 따라서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루떡 및 인절미, 절편 등 도병류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벽화, 삼국사기 통해 유래 볼수 있어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게 되면 쌀을 중심으로 한 농경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서 쌀을 주재료로 하는 떡이 더욱 일반화되었다.

고구려 시대 무덤인 황해도 안악의 동수무덤 벽화에는 시루에 무엇인가를 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 아낙이 오른손에 큰 주걱을 든 채 왼손의 젓가락으로 떡을 찔러서 잘 익었는지를 알아보는 듯한 모습이다.

또 ‘삼국사기’를 살펴보면, 신라본기 유리왕 원년(298년)조에는 유리와 탈해가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 떡을 깨물어 생긴 잇자국을 보아 이의 수효가 많은 자를 왕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성스럽고 지혜있는 사람이 이의 수효가 많다고 여겨 떡을 씹어서 시험한 결과 결국 유리가 이가 많아서 왕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같은 책 백결선생조에는 신라 자비왕대(458~479년) 사람인 백결선생이 가난해 세모에 떡을 치지 못하자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내어 부인을 위로한 이야기가 나온다.

깨물어 잇자국이 선명히 났다든지 떡방아 소리를 냈다든지 하는 기록으로 보아 여기서 말하는 떡은 찐 곡물을 쳐서 만든 흰떡, 인절미, 절편 등 도병류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백결선생이 세모에 떡을 해먹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겼다는 기록은 당시에도 이미 연말에 떡을 먹는 절식 풍속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불교 전성기로 과정류·떡 절로 발전

삼국시대에 전래된 불교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불교문화는 고려인들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쳤고 음식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육식을 멀리하고 특히 차를 즐기는 음다 풍속의 유행은 과정류와 함께 떡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여러 기록에 등장하는 떡의 종류들을 한번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중국의 ‘거가필용’에 ‘고려율고’라는 떡이 나오는데, 한치윤의 ‘해동역사’에도 고려인이 율고를 잘 만든다고 칭송한 견문이 소개되고 있다. 율고란 밤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꿀물에 내려 시루에 찐 일종의 밤설기다.

이수광은 그의 저서 ‘지봉유설’에서 ‘상사일에 청애병을 해먹는다’고 하였다. 어린 쑥잎을 쌀가루에 섞어 쪄서 만든다고 하였으니 쑥설기인 셈이다. 이 외에도 송기떡이나 산삼설기 등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궁중·반가 중심으로 발달

조선시대는 농업기술과 조리가공법의 발달로 전반적인 식생활 문화가 향상된 시기다.
이에 따라 떡의 종류와 맛도 더 한층 다양해졌다.

특히 궁중과 반가를 중심으로 발달한 떡은 사치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곡물을 쪄 익혀 만들던 것을 다른 곡물과의 배합 및 과실, 꽃, 야생초, 약재 등의 첨가로 빛깔, 모양, 맛에 변화를 주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관혼상제의 풍습이 일반화돼 각종 의례와 크고 작은 잔치, 무의 등에 떡이 필수적으로 쓰였다. 또 고려시대에 이어 명절식 및 시절식으로의 쓰임새도 증가했다.

이때 주로 만들어진 서기떡류로는 기존의 백설기, 밤설기, 쑥설기, 감설기 외에 석탄병, 잡과점설기, 잡과꿀설기, 도행병, 꿀설기, 석이병, 괴엽병, 무떡, 송기떡, 승검초설기, 막우설기, 복령조화고, 상자병, 산삼병, 남방감저병, 감자병, 유고, 기단가오 등이 등장했다.

‘메밀가루를 꿀물에 타서 죽처럼 하여 질그릇 항아리에 넣어 입구를 단단히 봉하고 겨불 속에 묻는다’고 하여 제법이나 재료가 다른 떡들과 구별되고 있다. 찌는 떡뿐만 아니라 치는 떡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인절미는 찹쌀을 쪄서 치는 단순한 형태였으나 점차 쑥, 대추, 당귀잎을 넣고 쳐서 색다른 맛을 음미하게 됐다.
또한 조인절미라해 처음부터 찹쌀에 기장조를 섞어 찌기도 하였다.

‘긴 다리같이 만든 떡(‘동국세시기’ 1849년)’이었던 흰떡은 ‘손가락 두께처럼 하여 한 치 너비에 닷푼 길이로 잘라 (‘음식방문’ 연대미상)’ 만든 골무편이나 산병, 환병 등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지게 됐다.




<근대이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70여종 소개

19세기말 이후 진행된 급격한 사회 변동은 떡의 역사마저 바꾸어 놓았다.
산식이자 별식거리 혹은 밥 대용식으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던 떡은 서양에서 들어온 빵에 의해 점차 식단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또한 생활환경의 변화로 떡을 집에서 만들기보다는 떡집이나 떡방앗간 같은 전문업소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떡은 아직도 중요한 행사나 제사 등에는 빠지지 않고 오르는 필수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시루떡류의 경우 콩을 섞어 만든 콩버무리떡, 콩설기, 콩시루편, 쇠머리떡 등이 서민들이 즐겨 해먹던 떡이었다. 특히 인절미는 찰밥을 지어 쳐서 만드는 법과 찹쌀가루를 쪄 쳐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함께 이용되어 왔으나 근대 이후에는 간편한 후자 방법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43년)에서는 70여종의 다양한 떡이 소개되는데 토란을 말려서 가루내어 찌거나 송편으로 만드는 토련병, 백합뿌리를 섞어 찌는 백합떡,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만든 신선부귀병, 흔떡, 북떡, 석류, 수수거멀제비 등 특이한 이름의 떡들이 소개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3.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4.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5.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1.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2. 건보공단, 미혼 한부모가정 위한 따뜻한 지원 눈길
  3. 세종충남대병원, '당뇨병 예방과 공연' 이벤트..건강한 삶 이끈다
  4. 세종도시교통공사, 저출산·지방소멸 해결 위한 시민 소통 강화
  5. 세종테크노파크, 네트워킹데이 개최...입주기업 성장 돕는다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