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절기 건축중단 외국인력 겹쳐 ‘이중고’
“눈발 날리면 그나마 남아있는 일감도 없어지는데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27일 오전 5시,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지만 대전 동구 원동 A인력사무소 앞에는 40여명의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일감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그날그날 공사판에서 노동을 하며 임금을 받는 일용직들로 일감을 구하기 위해 먼저 번호표를 받기 위해 2시간여 전부터 초겨울 추위 속에 기다림을 시작했다.
모두 공사판에서 입을 옷가지와 도구 등이 들어있음 직한 가방을 하나씩 메고 드럼통을 잘라 만든 모닥불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이곳에서 기다리는 인부들 모두가 일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년 째 공사판을 돌아다닌다는 이용선(56)씨는 “요즘은 일감이 크게 줄어 일주일에 1∼2번 밖에 일을 나가지 못한다”며 “오늘도 일을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건설현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지역 인력시장이 일감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벌써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다.
동절기부터 얼음이 녹는 해빙기까지 대부분의 관급공사 건설현장이 일을 중단하기 때문에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가장 생활하기 힘든 시기다.
더욱이 건설경기 위축과 실직자와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인력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요즘 이곳에서 일감을 잡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목수 정기성(41)씨는 “겨울이 오기 전 지금 반짝 일을 해야 하지만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걱정이다”며 “기술이 있거나 잡역부거나 일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어렵게 일을 구해도 일용직 노동자가 하루에 버는 돈은 잡역부의 경우 6만원, 여기에다 인력사무소 소개비 10%를 떼고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5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기술자들은 하루 12만원을 전후해 일당이 결정되지만 매일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건축 경기가 워낙 나빠진데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일감이 70% 정도 줄었다”며 “인력사무소 앞에서 기다리는 인부 중 60∼70%는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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