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물유약을 입힌 오지그릇과 그렇지 않은 질그릇을 통칭해 일컫는다. 질그릇은 신석기시대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찰흙으로 성형해 600~800℃의 온도에서 번조한 것이다. 굴뚝과 아궁이를 막아 불완전 번조를 해 검댕을 입힌 검은 질그릇과 자연스럽게 공기로 산화시킨 붉은 질그릇으로 나눠진다. 오지그릇은 옻그릇 또는 칠그릇이라고 부른다. 찰흙은 태토로 잿물유약을 입혀 사용한다. 다소 거칠고 광택이 적으며 기교면에서도 섬세하지 못하다.
“무 배추 캐어 들어 김장을 하오리가,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간)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한 대목이다.
옹기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조상들의 저장 및 조리용구, 생활용구로 활용돼왔다.
생활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기구인 만큼 옹기를 들여다보면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가장먼저 떠올랐다. 기존 이미지를 깨는 옹기의 예술성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동산도기박물관(관장 이정복)은 21일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 한달간 ‘옹기, 오지그릇전’을 동산도기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조선 후기의 옹기부터 일제시대, 근대작품들까지 120여점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조상들과 함께해온 옹기의 미학과 지금껏 보지 못했던 옹기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농촌의 마당 한쪽에 무심코 앉아 있는 투박한 옹기들의 무뚝뚝하게 흘러내린 곡선과 거친 질감은 푸근함마저 전달한다.
짜고 매운 맛과 시큼한 맛을 오래 간직하는 친숙한 그릇이지만 삶에 닿아있어 항상 천대받고 도자기 역사에서도 소외됐던 옹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각종 항아리, 병, 동이, 시루, 옹기저금통, 오지벌통, 소줏고리 등 익숙한듯하면서도 생소한 옹기의 모습을 통해 시골 어머니 같은 포용력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장독대가 사라지고 김치 냉장고가 옹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옹기 속에 담긴 된장, 고추장의 향수를 한국인들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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