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젓갈의 마술’에 빠지다

김치‘젓갈의 마술’에 빠지다

  • 승인 2005-11-25 03:05
  • 글=김민영 기자 /사진=지영철 기자글=김민영 기자 /사진=지영철 기자
젓갈 빠진 김치는‘앙코 없는 찐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치의 맛과 효능을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젓갈이라는 의미다. 젓갈의 질과 맛에 따라 김치의 맛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하나의 부재료에 불과한 젓갈의 품질에 따라 김치의 숙성정도와 맛깔스러움의 차이는 상당하다. 과거부터 조상들은 김치에 젓갈을 꼭 넣어 담갔다.

이는 동물성 영양분이 부족했던 시절, 동물성 젓갈에서 아미노산을 얻어 쌀 등 곡물류에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완했던 조상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김치가 익으면서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 되며 뼈도 녹기 때문에 칼슘의 공급원이 돼왔다.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김치 속 젓갈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지방. 계절. 재료 따라 다양… 양념용 60여종
새우젓 시원 담백 감칠맛. 멸치젓 달큰한 맛



젓갈은 각 지방마다, 계절마다 담그는 재료가 다양해 140여종에 이르고 있으나 그중 김치의 양념으로 들어가는 젓갈은 대략 60여종에 이르고 있다.

김치에 넣는 젓갈은 멸치젓, 새우젓, 황석어젓 등.
새우젓만 하더라도 오젓, 육젓, 추젓, 토하젓, 백하젓, 동젓 등 십여 종류가 넘는다. 낙지젓, 실치젓, 아그대젓처럼 특별한 고장에서만 잡히는 재료로 담근 젓갈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 또 가정에 따라 특별한 젓갈을 이용해 독특한 별미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200년 전통의 젓갈 맛을 선보이고 있는 논산 강경은 옛 강경포구라는 지리적 위치가 옛말이 됐지만 좋은 젓갈을 만드는 숙성기술이 특별해 현재까지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강경 젓갈
▲ 강경 젓갈협회 박상기 회장(42·협동상회 대표)은 좋은 젓갈의 기준은 투명한 선홍색을 띠고 단맛이 있으며 액즙이 백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강경 젓갈협회 박상기 회장(42·협동상회 대표)은 좋은 젓갈의 기준은 투명한 선홍색을 띠고 단맛이 있으며 액즙이 백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은 짜지 않다. 전통적으로 강경젓갈은 우리나라 전통 소금인 자염을 이용해 그 맛을 내고 있다.
강경상인들은 태안군 근흥면에서 생산된 전통소금 자염을 사들여 최상의 젓갈을 생산했다. 염분의 농도를 맞추는 배합기술이 강경젓갈의 맛의 비밀이다.


▲새우젓=새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담그는 시기에 따라 오월에 담그면 오젓, 유월에 담그면 육젓, 가을에 담그면 추젓, 겨울에 담그면 동백하젓으로 부르며 김장김치용으로는 육젓이 가장 좋다. 새우젓은 주로 배추김치나 깍두기에 들어가 감칠맛을 낸다. 새우젓을 고를때 새우의 형체가 분명하고 굵고 통통하면서 깨끗하고 분홍색이 도는 육젓이 좋다. 젓국은 뽀얗고 노랗게 삭아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을 고른다. 새우젓국은 주로 배추김치를 담글때 많이 넣는다.




▲멸치젓=멸치를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로 구수하고 달큼한 맛이 난다. 보통 5~6월에 잡히는 멸치가 가장 숙성도가 높다.
멸치젓은 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 삭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단맛을 내는 것을 고른다. 검은색과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좋은 젓갈. 멸치젓을 달여 한지에 거르면 멸치젓국이 된다.
멸치젓국은 주로 배추김치에 넣고 깍두기에는 다져서 건더기로 넣기도 한다. 멸치젓은 갓김치, 부추김치, 고들빼기 김치 등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낸다.




▲황석어젓=황석어를 절여 삭힌 젓갈로 새우, 멸치젓과 함께 김장김치에 많이 쓰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한다.
황석어젓은 빛깔이 노랗고 기름기가 도는 것일수록 잘 삭은 것이다. 고를 때는 노란 빛을 내면서도 밝고 선명한 은색이 좋다. 황석어젓의 살은 저며서 배추소에 넣고 뼈는 달여 젓국을 만들어 사용한다.


▲갈치젓=갈치는 2~3개월 숙성시킨 갈치젓과 일년이상 숙성시킨 갈치 젓국이 있다. 갈치젓국은 짙은 밤색을 띠며 김치를 발효시키는데 주로 이용한다. 김치를 담글때 생갈치를 넣어 함께 숙성시키기도 한다.


▲굴=굴은 주로 담근지 한달안에 먹을 수 있는 김치에 넣는다. 굴을 고를때는 알이 굵고 맑은 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 손질할 때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역별 김치맛이 다른 이유] 젓갈의 양. 종류 따라 천차만별

젓갈의 양과 종류에 따라 김치의 맛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똑같은 배추와 고춧가루 마늘등을 재료로 사용해 만드는 김치의 맛이 전국 팔도 다 다른 이유는 젓갈로 설명할 수 있다.

충청도의 김치는 소박하고 간도 알맞다. 조기젓, 황석어젓, 새우젓 등 담백한 종류의 젓갈을 사용하지만 많은 양을 넣지 않아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는 젓국을 많이 쓰지 않으나 동해의 싱싱한 생태와 오징어를 넣어 특색있는 김치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경상도는 기온이 높아 젓국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멸치젓이 유명하며 잘 삭아 맑은 간장같은 형태의 ‘액젓’을 사용해 짠맛이 강한편이다.

남해와 서해를 끼고 있어 해산물과 젓갈의 종류가 많은 전라도는 조기젓, 새우젓도 쓰지만 멸치젓을 많이 쓴다.
황해도는 미세하게 생긴 새우 ‘자하’로 담근 감동젓을 넣고 담근 ‘섞박지’로 유명하다.



[좋은 젓갈 고르는 법] 투명한 선홍색에 백색 액즙 최상급

강경 젓갈협회 박상기 회장(42)은 좋은 젓갈의 기준은 생선의 신선도, 소금의 농도, 변질되지 않은 것, 국물 맛, 색깔, 냄새 등 다양하다고 말한다.

새우젓은 새우의 형태가 변하지 않고 단맛이 있으며 액즙이 백색이고 투명한 선홍색을 띠는 젓갈이 좋은 젓갈이다. 변질되면 검게 변하고 단맛이 없으며 육질이 녹아서 젓국이 혼탁하고 악취가 난다.

멸치젓은 뼈가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푹 곰삭은 것이 좋고 비린내와 기름기가 없는 것이 좋다. 조개젓은 푹 곰삭은 조갯살이 붙어있는 것을 골라 손으로 만져 보면 단단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정어리 젓은 적갈색으로 독특한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 좋다.

박 회장은 “강경은 상인들끼리 자정운동을 통해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해 품질 좋은 젓갈을 만들고 있다”며 “시중보다 30∼4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우젓 ‘육젓’은 2만원(1kg), ‘오젓’은 1만∼1만5000원(1kg), ‘추젓’은 5000원∼8000원(1kg)에 구입할 수 있다.
멸치액젓은 1만원(5kg)이며, 2년 이상 숙성된 멸치원액은 1만5000원(5kg)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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