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500만 충청인은 망가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늦게나마 깨우친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200여회에 이르는 크고 작은 집회를 통해 충청인은 어느 새 분권과 균형발전의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더구나 충청권의 초유의 단결에 놀란 정부와 정치권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요지를 철저하게 분석해 위헌의 요소를 배제하고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도시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여야공동으로 구성된 특위에서 엄격한 심의를 거쳐 지난 3월 2일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정부와 국회가 행정도시라는 대안을 마련한 것은 이미 행정수도 예정지로 선정된 공주, 연기지역 주민에게 선의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확보차원의 문제 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공동화되어 가는 지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국토공간의 재조정정책으로서 더 이상의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인사들이 또 다시 행정도시건설 마저도 수도분할 내지는 수도해체로 규정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해 충청권은 헌법재판소의 두 번째 판결을 죄인처럼 기다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위헌의 쓰라린 경험을 겪었던 충청권은 헌재의 판결이 나는 그 순간까지 마치 폭풍전야처럼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만에 하나 위헌판결이 나오면 충청권이 초토화되는 건 차치하고라도 공공기관이전을 기대하는 다른 지방마저 절망적 상태에 빠지게 되어 국가가 총체적 위기에 봉착할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충청인들은 자기지역의 안위를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전체의 안정과 균형발전을 걱정하는 애국인으로 변모해 있다.
어쨌든 행정도시건설이 합헌으로 결론이 난 이상 행정도시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고 지방으로의 공공기관이전작업도 순조로울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사업은 지방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게 분명하다. 물론 수도권지역은 행정도시건설이라는 변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당분간은 심리적 공황 속에서 부동산이라든지 수도권지역경제에 약간의 그늘을 드리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과밀의 사회비용을 줄이게 되고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나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남북대치와 주변 열강들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이 우선되어야 할 때이다. 행정도시건설과 공공기관이전이라는 상생발전의 추진으로 국운상승의 기회에 들어 선만큼 21세기에 대한민국이 국가경쟁력 한자릿수에 들어서고, 남북통일을 이루어 한반도가 세계평화와 번영의 중심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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