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컴맹과 생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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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컴맹과 생맹

  • 승인 2005-11-22 00:00
  • 박종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유전체정보센터장박종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유전체정보센터장
생물학은 서구의 Biology의 번역어로서, 생명의 논리 혹은 학이라고 풀어쓸수 있다. 그리스어의 bio는 ‘학문’이란 뜻이므로, 더 엄밀한 번역은 ‘생명학’이다.

일반인들이 내릴 수 있는 생물 혹은 생명학의 정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기위해, 실험실에서 동식물, 미생물을 수집, 관찰, 실험하는 것이다. 그러한 실험을 통해서 얻는 지식은 생명체내외부의 객체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 기능들 중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들은 ‘병적’인 것이고, 암과 같은 병을 일으키고 좋아하는 것은 ‘건강’한 기능들이다.

이들 기능을 쪼개고 쪼개면, 궁극적으로 세포내의 분자들의 최소단위의 기능으로 내려간다. 최소단위의 정점에 있는 것이 단백질과 다른 분자들의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이다. 이런 상호작용을 다 분석하고 이해하면, 생명체가 존재하는 근본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 생명체의 근본 원리 혹은 본성은 무엇인가? 생물학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는가? 그것에 대한 지난 수백년간의 다양한 답들이 있어 왔다. 오늘 이 글에서의 답은 지금까지의 것보다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생명현상의 본성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보처리적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포내의 분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세포가 환경속에서 대응하는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처리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의 각종 전자 소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처리를 하는 것과 똑같다. 한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붙고 떨어지면서, 신호가 전달되고, 그 결과로, 에너지가 활용된다. 그러므로,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컴퓨터를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속적으로 전기를 받으면서, 계산을 하고, 데이터를 옮기고, 저장하고, 모터를 구동하고 하는 식이다.

이러한 정보처리적인 시각의 생물학은 기존의 박물관식 혹은 유전자 단위의 생물학에서, 대용량 정보처리 시스템과 네트워크정보학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학문이 ‘bioinformatics’ 이고, ‘생정보학’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물정보학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생정보학은 현대 생물학의 뇌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내에, 생물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세포내외의 정보처리를 연구하는 것을 중심으로, 얼마나 복잡하게 정보들이 물리적인 기능을 하고 이것을 어떻게 제어하는가가 중심이 될것이다. 필연적으로, 생물학 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컴퓨터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 가가 될것이다. 일반인들도, 생물학적 지식이 없으면, 사회의 경향을 따라가기 어려운 시대가 올것이다. 특히 개인유전체학 (Personal genomics)시대가 오면, 자신의 게놈전체 정보를 지갑에 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과 컴퓨터를 통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날이 올것이다. 남녀가 데이트를 할때도, 생물학적 서열을 비교하고, 연예인의 유전체정보를 알고싶어하고, 자신과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몇천년간의 진화적 거리가 있는가를 계산해 내는 날이 올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컴맹 못지않게 ‘생맹’이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른다.
국가적으로 우리는 생물학 교육을 국·영·수에 더하여, 국·영·수·생 으로 필수화하고, 생정보학을 중학교부터 보급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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