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자율화는 시장수요에 따른 정원 관리방식으로 대학을 공급자로, 학생을 수요자로 규정하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원이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은 교육수요자인 학생이 선택하는 대학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출발하고 있다. 또한 대학 입학을 대학과 학생간의 상품 매매에 따른 계약이라고 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들로서 상품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학생에게 돌려지고 있다. 여기에 바로 문제가 있다. 즉, 공급자인 대학과 수요자인 학생 간에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과연 어느 정도 대학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준비는 10년 이상을 하면서 대학에 대한 정보와 자신에 대한 적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설계 및 대학의 선택은 불과 몇 개의 추상적인 정보와 짧은 시간 내에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보, 대학에 유리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교육 공시제도를 마련하여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완전한 정보균형은 불가능하다.
대학은 입학자원의 부족으로 신입생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하여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각 대학들의 신입생 홍보전의 난맥상은 기업의 영업활동이나 판촉활동 이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설 대학이나 지방에 소재한 대학일수록, 경쟁력에서 뒤지는 대학일수록 훨씬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 대학들의 경쟁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급자인 대학에서 신입생 유치를 위한 과잉 홍보로 아직 판단력과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보아야한다. 이러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문제는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몇 년 이후에 나타나며 그 영향은 우리사회에 1세대, 2세대에 걸쳐 나타난다.
이러한 원인은 정부의 인력수급 정책의 실패에 있다.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를 충분히 예측하였음에도 교육의 시장논리를 도입하여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대학의 수와 학생증원을 허용하였다. 그리고 지난 역대 정권들은 대학정원을 통제수단과 정권유지 수단으로 이용해 왔으며 대학들은 대학정원을 재정 확충의 수단으로 보아 왔다. 또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부응하는 다양한 교육정책을 내 놓고는 있지만 인구의 지속적 감소, 세계화 추세에 따른 유학생 증가, 수도권 집중화 현상, 고속철 시대에 따른 지방 인구의 수도권 흡인 등의 환경적 요인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내일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일이다. 모든 수험생들은 지금까지 갈고 닦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학생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과잉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대학선택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하고 대학 선택의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뿐만 아니라 선생님, 학부모, 사회 구성원 모두는 이들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국가의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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