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서산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전교생 85명 교직원 10명의 아주 작은 학교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함께 같은 반으로 커 와서 서로가 가족같이 느끼며 교사들도 전교생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학생 개개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며 정겹게 지내기에 매스컴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왕따’ 라는 표현이 다른 나라 사람들 말처럼 들린다.
최근 몇 년간 단 한 건의 폭력사고도 가출 사고도 없었고, 담배 피우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고, 결석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 다들 거짓이라고 할 테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순박한 아이들과 이 학교에 5년째 함께 생활해오면서 나는 아이들을 닮아가고, 아이들은 나를 닮아가고 있음을 많이 느낀다. 우리 애들이 너무나 순박하기에 좀더 독해졌으면 하는 그런 맘이 들 때도 가끔 있다.
올 봄에도 작년에 해왔던 것처럼, 어차피 하는 공부인데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야간 공부방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 저녁 식사는 집에서 먹고 오는 아이들도 있고 아니면 컵라면으로, 아니면 나랑 함께 먹는 날도 있다. 반찬이 없을 때는 학교 식당에서 반찬을 미리 얻어 놔 도시락을 함께 먹곤 하였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간 공부방을 운영하였다.
아이들에게 나의 개인 사정을 핑계로 공부방 쉬는 날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어쩌면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못하여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매일 밤 함께 하며 아이들은 나의 공부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나는 그들의 순박함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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